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7~8월 28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였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곧바로 파업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회사는 노조 파업으로 1조8000억원이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노조가 파업으로 압박하자 더 이상 물러갈 곳이 없던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고, 노조는 역대 최고의 협상결과를 얻어냈다.
기존 300%였던 성과금은 500%로 인상됐고, 연말 일시금으로 960만원(상품권 10만원 포함)을 받아내는 등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일시금을 챙겼다. 웬만한 비정규직의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를 합치면 국내 생산직 가운데 최고수준의 연봉을 자랑한다. 노사는 협상과정에서 시간외수당과 휴일근로수당 등의 산출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 대해선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따랐기에 이를 둘러싼 갈등은 없었다.
'더 달라'는 귀족노조
1987년 노조가 생긴 뒤 매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도 통상임금 기준을 별도로 논의한 적이 없고, 노사협상을 통해 매년 적정수준의 임금인상률을 결정해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회사 측을 지나치게 쥐어짜는 듯해 회사가 착취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대법원에서 지난해 3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해 온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구 금아리무진이라는 운수회사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다. 현대차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에선 뜻하지 않은 ‘선물’이었다.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기준에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시켜 3년치를 소급해 각종 수당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하니 좋을 수밖에….
임금이 많은 대규모 사업장 노조를 중심으로 줄소송을 내는 등 그야말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양대 노총은 ‘고용부가 법원판례를 근로기준법에 반영하지 않았으니 직무유기’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들로부터 떼인 노동자들의 피땀 흘린 돈을 받아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질서 위한 판단' 필요
현대차 노조는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정기상여금과 하계휴가비, 명절 귀향비·유류비, 단체상해보험 등을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통상임금에 포함해 과거 3년치를 소급 지급하라는 게 골자다. 이게 받아들여질 경우 현대차 노조원들의 임금은 더욱 불어날 것이다.
노사는 지난 30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적정 수준의 각종 정기상여금 수당 등 임금을 결정해왔다. 파업을 무기로 한 노조 권력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정한 사업장도 많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법원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기준에 포함시킨다니 기업들로선 황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노동현장에선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 귀족노조들까지 ‘내 돈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대법원 판결이 중요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할 것으로 보인다. 묵시적인 동의 아래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해온 노사의 자율적인 임금결정 관행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원이 현실을 무시하고 법리적으로만 판결을 내릴 때 현장의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이번 통상임금 논란은 ‘법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보편적 정의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게 법인지, 그렇지 않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혀도 양극화를 심화시켜도 법리해석에만 집착하는 게 법인지.
윤기설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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