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마지막날 5타 줄이며 역전…"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신지애 도움 많이 받아
호텔 대신 공용주택서 숙식…차 얻어타고 대회장 이동
미국 LPGA투어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27일(한국시간) 합계 11언더파 126타로 2타 차 역전 우승을 차지한 이일희(25·볼빅). 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선수 생활을 해왔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골프연습장에서 짜장면을 사주던 아버지(이남표·54)를 따라다니다 골프에 입문했다.
2007년 국내 투어에 데뷔한 그는 3년간 상금랭킹 20~30위권을 유지했다. 아버지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며 미국 진출을 권했고 이일희는 2009년 말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다. 상위 20위에 들어야 하는 최종전에서 공동 20위가 돼 연장전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시드를 획득했다.
○미국 도전의 쓰라린 아픔
국내에서 우승 한 번 없는 선수가 바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모험이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일희는 첫 대회인 기아클래식에서 67위에 오르며 커트를 통과했으나 예상대로 다음 7개 대회를 모조리 커트 탈락했다. 변변한 후원사도 없던 그는 캐디에게 줄 돈이 없을 정도로 궁했다.
당시 미 투어는 불황 여파로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는 최악의 시기였다. 이일희는 혼자 싼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 타거나 동료 선수들의 차를 빌려 타고 대회장을 찾았다. 동갑내기 친구 신지애에게 신세지는 일이 많았다. 숙소는 호텔 대신 ‘하우징’을 했다. 하우징이란 주최측이 대회장 근처 집을 빌려 선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외국 선수들은 많이 이용했지만 한국 선수로는 이일희가 유일했다.
돈 없는 미 투어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일희는 “2010년 6월 일리노이에서 열린 스테이트팜대회 당시 계좌 잔액이 없었다. 호텔에서 카드로 결제했는데 잔액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 10달러씩 은행에 내야 했다”고 회상했다.
○미국-한국 오가며 출전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아직 시드를 갖고 있는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미국 대회가 끝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런 강행군은 2011년에도 이어졌다. 그해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는 미국-캐나다-한국-미국-한국을 오가며 7주 연속 대회에 출전했다. 초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시차 때문에 그에게는 1주일이 6일이었다.
미국 투어를 뛰려면 연간 15만달러가 있어야 하지만 이일희는 2010년 6만7000달러, 2011년 5만2900달러를 버는 데 그쳤다. 시드는 유지했지만 경비를 댈 여력이 없었다. 후원을 약속했던 한 스폰서가 계약금을 떼먹는 불행까지 겹쳤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하지만 2011년 국내 상금랭킹 69위에 그쳐 50위까지 주는 시드를 받지 못했다. 이일희는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내 골프볼 제조업체 (주)볼빅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계약금으로 투어 비용과 머물 집을 구했다. 이일희는 “가장 힘들었을 때 볼빅의 후원을 받았다. 볼빅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일희가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미 진출 4년 만에 우승
이일희는 미 투어 진출 4년, 56번째 대회 만에 프로 첫승을 따냈다. 아마추어 시절인 2004년 아시아 퍼시픽 주니어 챔피언십 이후 프로와 아마 통틀어 10년 만의 우승컵이었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 폭우로 대회장인 바하마 파라다이스섬의 오션클럽 골프장이 물에 잠기면서 36홀로 단축됐지만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서희경, 박희영 등 한국 선수끼리 플레이한 이일희는 이날 12개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솎아냈다. 첫 번째 홀에서 10m짜리 긴 버디 퍼팅을 홀인시켰고 다음 홀에서는 그린 밖 20야드 지점에서 칩인 버디를 잡았다. 이어 세 번째 홀(파5)에서는 티샷이 오른쪽 맨땅에 떨어져 레이업을 한 뒤 5번 아이언 세 번째 샷을 홀 3m 옆에 떨궈 버디로 연결하며 ‘3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8번째 홀(파4)에서 아이언샷을 홀 50㎝ 옆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고 마지막 12번째 홀(파5)에서는 4번 하이브리드로 ‘2온’에 성공한 뒤 5m 이글 찬스를 만들어 버디를 더했다.
이일희는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우승트로피를 받으니 실감이 났다. 오늘 샷 감각이 좋아 처음부터 우승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정말 행복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일희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11개 LPGA 대회에서 5승을 합작하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유퉁, 33살 연하女와 7번째 결혼하려다 그만
▶ "MB정부 사기극 밝혀졌다" 교수들 폭탄 발언
▶ 女고생 "3개월간 성노예였다" 선배가 강제로…
▶ "돈 있으면 다 돼" 청담女, 이런 짓까지…경악
▶ 정경미-윤형빈 결혼 2달 만에 '이럴 줄은'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