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기자] 기온이 점점 오르기 시작하면 남모를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 겨울 내내 잠잠했던 ‘다한증’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한증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피부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피지와 땀의 분비량도 늘어나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다한증(多汗症)’이란 말 그대로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일컫는 것으로 신체의 땀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교감신경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돼 약간의 기온 상승과 가벼운 운동에도 남달리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가리킨다.
통계적으로 건강한 성인의 1% 정도가 다한증 환자이며, 이 중 23%∼53% 정도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쪽 겨드랑이에서 5분 동안 100㎎ 이상의 땀이 배출되면 다한증을 의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한증은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되는 특성도 있어, 특히 손과 발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부위의 발한 중추가 뇌피질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손에서 땀이 많이 나 글씨를 쓸 때 종이가 찢어지기도 하고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손이 땀에 젖어 미끄러지는 등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악수를 할 때도 상대방이 느낄 불쾌감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겨드랑이 다한증의 경우에는 옷이 젖어 곤란을 겪는 것은 물론 일명 ‘암내’라 불리는 액취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불쾌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이 밖에도 다한증 환자가 겪는 고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땀이 나는 부위와 증상들이 조금씩 달라 단번에 모든 부위의 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위별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을 면밀히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다한증 치료법은 ‘보톡스’를 이용한 치료다. 이 시술은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보톡스를 주입해서 땀샘에 분포된 신경 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 땀 분비를 차단하는 시술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흉터가 남지 않아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임이석신사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주로 표정 근육에 주사해 주름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보톡스는 땀의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도 뛰어나 기타 다한증 치료법과 비교해 시술방법이 간단하고 부작용도 없지만 치료 효과는 놀라울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톡스 치료를 통해 다한증 환자의 땀 분비량이 85%가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시술시간은 10~15분 정도이며 1~2주가 지나면 땀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효과는 약 6개월 정도. 주로 겨드랑이, 얼굴, 손바닥의 다한증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임 원장은 “보톡스를 이용한 다한증치료는 1회의 주사로 약 6개월간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이다. 다한증이 심해지는 여름을 앞두고 시술하면 여름 한철 부작용 없이 효과를 볼 수 있어 이맘때쯤부터 시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겨드랑이 다한증의 경우에는 피부 손상 없이 에크린선과 냄새나는 아포크린선을 동시에 파괴해서 증상을 개선시키는 ‘고바야시’ 시술이 효과적이다. 시간은 40-50분 정도 소요되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간단한 샤워도 가능하다.
이밖에 외과적 수술인 ‘교감신경 절제술’로 땀 분비를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 주로 얼굴, 겨드랑이, 손에 발생하는 다한증 치료에 활용되며 효과는 영구적. 그러나 수술 부위 외 다른 곳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바르는 약이나 먹는 약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바르는 약은 효과가 일시적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피부 자극이 심해 민감한 사람은 사용하기 어렵고 먹는 약은 심박수 증가나 구갈증, 변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현재는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다.
적당한 땀은 체온조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흐르는 땀과 이로 인한 냄새는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까지 고통을 줄 수 있으므로 그 원인과 증상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출처: 영화 ‘위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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