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23일(06: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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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4일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한 직후 한국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의 방안속에 코스닥시장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결국 코스닥시장본부 분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 내부에서는 그러나 코스닥시장본부 독립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벤처활성화 방안 발표 당시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기능이 미흡하다고 지적받아온 코스닥 시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며 “코스닥 시장 위원회를 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해 독립기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직·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위원회는 코스닥시장본부의 주요 안건을 다루는 의사결정기구다.
금융위원회의 구상은 코스닥시장본부장을 거래소 이사장이 아닌 금융위원장이 임명토록함으로써 코스닥시장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거래소는 ‘분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사실상 ‘한지붕 두가족’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게 된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코스닥시장본부의 독립성 강화는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구조개편을 위한 그랜드 플랜의 첫 단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시장본부의 ‘분가’까지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거래소는 결국 2005년 통합 이전 체제로 회귀하게 된다. 2005년 이전까지 코스닥 시장은 시장운영은 코스닥증권이 담당했고, 주요 의사 결정은 증권업협회 산하 코스닥위원회가 했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시장본부 분리 카드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 것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 대한 벤처기업가들의 강한 불만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위가 벤처활성화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벤처 1세대’에 해당하는 벤처기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당시 대부분의 벤처기업인들이 현재의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코스닥 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한 것이 코스닥 시장의 활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2005년의 거래소 통합에 있다는 것이 벤처기업인들의 시각이었다.
한국거래소측에서는 그러나 코스닥시장본부 분리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본부를 분리해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할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만으로는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소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코스닥 본부의 예산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분석을 해봤는데, 정보기술(IT) 버블로 코스닥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1999~2001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냈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의 10%에 불과한데다, 코스닥시장에는 상장지수펀드(ETF)나 파생상품 등이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따라서 금융위가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결국 지주회사 모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지난 2005년 거래소 통합 당시에 이미 거론됐었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거래소 통합→지주회사 체제 전환→거래소 IPO’등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거래소IPO에 대한 재경부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했고, 2009년에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
거래소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거래소라는 지주회사 밑에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IT인프라 본부 등이 자회사로 편입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코스닥 본부의 자율성은 제고하면서도 독자생존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게 거래소측 주장이다. 즉 코스닥본부 입장에서는 IT인프라 관련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지주회사로부터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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