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TV보며 눈물 흘리고 거들떠도 안보던 애완동물 찾고 어딘가 바뀐듯한 남편…갱년기증후군?

입력 2013-05-28 15:30  

내 몸에 맞는 약



여성이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면서 갱년기 증상(폐경증후군)을 겪듯, 남성도 40대 후반~50대에 접어들면서 체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줄어 갱년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전후부터 해마다 남성 몸 안에서 0.8~1.3%씩 줄어든다. 70대 이상 노인은 30대 이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가장 왕성한 오전 9~11시 사이에 피를 뽑아 호르몬 수치를 검사해 3.5ng/㎖ 미만이면 남성 갱년기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여성은 누구나 예외 없이 폐경을 겪고 갱년기 증상을 느끼는 것과 달리, 남성은 50~70대의 30~50% 정도가 남성 갱년기 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슬며시 찾아오는 중년 남성의 적

폐경 이후 급속도로 진행되는 여성 갱년기와 달리 남성 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된다. 모든 남성이 반드시 겪는 것은 아니므로 스스로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다. 근력이 떨어지고 우울감, 피로, 안면홍조, 골다공증 등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면서 체모도 줄어든다. 성격이나 행동이 여성스러워지는 경향도 흔히 보인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거들떠보지 않던 애완동물을 끌어안고 말을 건다’ 등이 대표적인 행동이다.

치료법으로는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이 우선이다. 예전에는 남성 호르몬을 보충하기 위해 2~3주일마다 근육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됐지만, 요즘은 영양제처럼 간편하게 매일 복용하는 약으로 손쉽게 보충할 수 있다. 호르몬 보충제를 복용하면 체내 남성 호르몬 수치를 정상화시켜 성욕 저하와 같은 성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우울감, 피로감도 어느 정도 줄어든다. 특히 복부 지방질이 감소하는 대신 근육이 증가하고, 골다공증이 개선되는 등 신체 전반에서 잃었던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남성 호르몬 보충하세요”

대표적인 치료제인 먹는 캡슐 형태의 남성 호르몬 제제는 지방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남성 호르몬 보충제 캡슐 내부에 오일과 남성 호르몬이 섞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식사 직후 약을 먹는 것이 좋다. 오메가-3 영양제와 같은 적당량의 지방과 함께 섭취한다면 호르몬 흡수에 더욱 도움이 된다. 먹는 호르몬 보충제는 복용 후 2~3시간 내에 효과가 나타나고, 6~8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체내 공급되는 호르몬 양을 신체 변화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호르몬 보충 요법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고령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다. 전문의들도 남성 갱년기 초기 치료 시 먹는 남성 호르몬 보충제를 권장하고 있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여름이 되면 보양식을 찾아 기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중년 남성이 많은데 음식만으로는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남성 갱년기가 의심되면 먼저 병원을 찾아 진단받고, 필요한 경우 호르몬 보충제 복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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