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토론회] 경총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통상임금 해법 제시

입력 2013-05-28 17:22   수정 2013-05-29 00:23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임금체계 개편'논의

한국노총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
정부 "노사가 현장에서 합의점 찾아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에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한 배경에는 ‘노·사·정 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노·사·정 대화 요구에 노동계가 응하기를 마냥 기다려서는 산업 현장의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여야간 인식 차이가 커 근로기준법 개정도 쉽지 않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행령 개정 촉구한 재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28일 열린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 토론회‘에서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는 “임금 소송은 근로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모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했다. 정부가 제안한 ‘노·사·정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에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달라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며 “시행령에서 문제가 야기됐으니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결자해지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현장 노사의 인식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마땅히 받았어야 할 것을 받지 못했다’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개별 근로자가 뚜렷한 생각이 없다가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계산이 나오고 자기가 생각지 않았던 소득이 생긴다는 기대를 갖게 되면 이를 말리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시행령 통한 문제 해결은 미지수

시행령 개정으로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통상임금 정의를 시행령에서 따오고 있다”며 “‘정기적’ ‘일률적’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시행령을 참고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재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전인 1978년부터 법원은 통상임금을 판단할 때 ‘고정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며 “통상임금에 대한 자체 견해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도 교수는 “시행령이 만들어진 직후에는 통상임금의 개념을 시행령에서 따왔다고 말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이런 얘기를 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기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임금 문제는 개별 사업장의 노사가 알아서 하도록 맡겨둘 수도 없는 상태로 발전했고 해법이 마련된다고 하더라고 어느 한 쪽이 완승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곤혹스러운 정부

재계의 시행령 개정 촉구에 대해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그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러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많은 대안을 검토해 왔기 이다.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정부의 지침과 예규를 기준으로 현장의 노사가 합의하에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노사가 함께 이 문제의 해법을 논의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제도 운영의 주체인 노사가 현장에서 임금체계를 어떻게 구성 운영할 건지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통상임금 문제는 단순히 판례와 행정해석의 차이에 대한 법리 논란을 넘어서 노동시간 노사관행 등과 엮인 문제인 만큼 노사정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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