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하네 한우값…도매가 떨어지는데 소매 올라

입력 2013-05-28 17:32   수정 2013-05-28 23:13

사료값 뛰고 사육두수 늘어…도축공장 100% 풀가동
복잡한 유통단계 원인…소비자 가격과 '엇박자'




한우 산지 도매가격은 계속 떨어지는데 소비자가격은 오르는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복잡한 유통체계가 산지와 시장의 한우값 엇박자를 가져와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손실을 입힌다는 지적이다. 한우협회는 재고 축소와 농가 손실 보전을 위해 대형마트와 한우 특별할인행사에 나서 한우가 돼지 삼겹살 가격에 팔리는 ‘굴욕’을 겪고 있다.

○도축공장 100% 가동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7일 거래된 1등급 한우 지육 도매가격은 ㎏당 1만968원으로 지난해 동기(1만2335원)보다 11% 떨어졌다. 그러나 소비자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거래된 한우 등심 1등급 소비자 가격은 6만668원으로 지난해 5만1461원보다 17.9% 올랐다.

최근 1년 새 사료값이 20%가량 오르면서 원가 압박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축산 농가가 늘어난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전국 최대 도축장인 충북 음성의 한우도축장은 현재 하루 최대 도축물량인 400두를 처리하고 있다. 조혜인 한우협회 지도홍보부 과장은 “원래 설, 추석 등 한우 성수기 때만 도축장이 100% 가동되는데 최근 물량이 늘어나면서 7월까지 도축 예약이 꽉 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권재 롯데마트 축산팀장은 “기본적으로 전국 한우 두수는 288만4000마리로 적정 두수인 270만두를 18만두가량 웃도는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6월 출하대기 중인 물량이 전년 21만3000마리보다 13.3% 증가한 24만1000마리로 예상돼 8월까지 한우 도매가격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겹살 값’에 팔리는 굴욕도

이 같은 한우 가격 약세가 소비자가격으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우 가격에서 유통비용은 42.2%를 차지한다. 소고기는 ‘농가→수집 반출상(우시장, 농협)→도축장→1차 가공→2차 가공→도매상(대형 유통업체, 대형 정육점)→소매상’ 등의 단계를 거쳐 소비자의 손에 전달된다. 이강우 한우협회장은 “소고기값 외 다른 유통비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식습관 변화로 사골 등 한우 부산물 소비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등심 등 특정 부위만 선호하면서 다른 부위의 재고가 증가, 냉동보관료 등 원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한우협회는 적체된 물량을 줄이기 위해 롯데마트와 손잡고 할인행사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평소 행사보다 4배 많은 1000여마리분의 한우 불고기를 100g당 1900원에 파는 특별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농민들을 돕고 재고를 없애기 위해 한우를 돼지고기 삼겹살과 거의 같은 가격으로 파는 것이다.

한우협회 이 회장은 “축산 농가와 도축·가공·판매조직 등을 한데 묶는 축산조직을 만들거나 서울 등에 직거래 장터 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7일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계획을 발표했지만 축산물은 직거래를 늘린다는 원론적인 방안 마련에 그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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