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중소기업들이 해양플랜트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와 대학도 더 이상 현재의 조선산업으로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조선해양플랜트 클러스터 조성과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부산을 이끌어갈 미래 핵심 산업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 경쟁국들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플랜트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다양한 전략을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9일 부산 기장군 금오기전 생산공장. 이 회사 강병춘 사장이 플랜트 발전기 엔진제어 및 안전시스템 제품 앞에서 직원과 함께 판매 전략과 성능 향상에 대해 협의하고 있었다. 이 제품은 플랜트의 6대 엔진을 움직이는 발전기 컨트롤 시스템으로 이 회사의 효자상품이다. 30억원을 들여 3년 고생해 만들었는데 한 해에 1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강 사장은 “처음 개발에 들어갔을 때 다들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 조선이 잘나가는데 왜 판매처도 확보하지 않고 플랜트 부품 개발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플랜트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개발을 시작했고, 다행히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플랜트에 들어가는 긴급제어시스템 등 엔진컨트롤장비 쪽으로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녹산공단의 KOC전기도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대우조선해양이 2년간 공동 개발한 끝에 해양플랜트와 특수선박에 사용되는 방폭용 고압변압기를 개발했다. 이번 국산화에 성공한 방폭형 고압변압기는 2.5메가볼트암페어(MVA)급. 가로 3m, 세로 2m, 높이 2.5m, 무게 8 규모로 열을 식힐 수 있는 방열판을 적용해 냉각효율과 내구성을 향상시킨 고압변압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해양플랜트선박의 가스구역 등에 설치된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어 화재폭발사고가 나는 것 등을 막기 위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파나시아 등도 해양플랜트 엔진을 식힐 때 사용하는 바닷물 정화장치, 가스나 석유를 생산하는 심해생산장비, 드릴십에 내리는 헬리콥터의 항공유 주유시스템 등을 개발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와 대학도 플랜트산업 육성을 위해 힘을 보태고 나섰다. 부산시는 강서구 지사동 부산테크로파크 내에 부산특구본부를 출범시켜 조선해양플랜트 혁신클러스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해양대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해양플랜트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돼 5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인력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해양플랜트 건조 수주액이 2011년 257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 1위로 부상한 황금시장의 인력 공급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강병춘 금오기전 사장은 “플랜트 제품은 개발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중소기업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응용해 새로운 제품을 신속히 만들어내고 정부와 연구기관, 대학, 대기업은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센터장은 “우리나라 대형조선소들이 플랜트를 만들기는 하지만 핵심부품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만드는 경우가 드물어 외국회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핵심부품 국산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목 중소조선연구원 센터장도 “중소기업들이 개발에 나서면서 플랜트 국산화율이 20~30% 정도 되지만 아직 돈되는 핵심부품은 외국발주처가 제품을 직접 지정하고 있어 판로가 막혀 있다”며 “개발된 국산품의 장착을 위한 국가차원의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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