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홈플러스 성공모델 경영이론 만들 것"

입력 2013-05-29 17:01   수정 2013-05-29 22:43

14년만에 CEO 퇴임…美 보스턴대서 경영 석학들과 연구

창조경영 이론 100일 토론…MBA·테스코 리더 교육활용
1등 못하고 물러난게 아쉬워 홈플러스 경영자문은 계속



“미국에 가서 피터 드러커 같은 경영학자처럼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실무적 경영은 도성환 신임 사장에게 맡기겠지만 큰 틀에서 홈플러스의 물길을 잡아주는 역할은 계속할 것입니다.”

이달 초 홈플러스 대표이사에서 14년 만에 물러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사진)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보스턴대의 초청을 받아 다음달부터 100일간 현지 교수들과 창조경영 이론을 연구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대는 이 회장을 초빙교수 겸 초빙기업가 자격으로 초청했다. 초빙기업가는 기업가정신을 인정받는 기업인에게 보스턴대가 부여하는 지위다.

이 회장은 “한국의 많은 상품들이 세계 1위를 하고 있고 요즘엔 K팝으로 문화 1등 국가에 도전하고 있는데 경영이론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지 못했다”며 “동서양 경영 문화의 장단점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이론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러커처럼 실용적 경영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지만 현재 우리가 배우는 경영이론은 구슬의 낱알만 보게 할 뿐 꿰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며 “꿰는 법을 알려주는 경영학을 정립해 실천적 창조이론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서양 경영이론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정의하지만 나는 ‘이윤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 공헌은 경영의 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대형마트에 복합쇼핑센터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한국은 물론 세계의 많은 유통업체들이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비즈니스 스쿨 학생 대상으로 강의도 하며 연말께 이론을 완성해 보스턴대 경영전문대학원(MBA) 프로그램과 14개국 테스코 그룹 리더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며 아쉬운 것은 “1등을 못하고 퇴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 경영의 경쟁력은 속도가 좌우하는데 영국이 원칙을 강조하는 나라다 보니 너무 오래 검토하다 출점을 못한 곳이 많았다”며 “그런 곳들에 모두 이마트가 점포를 내버렸는데 앞으로 다시 역전할 기회는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홈플러스 매각설에 대해선 “재정건전화를 위해 세일앤드리스백(부동산을 매각한 뒤 임차해 이용하는 방법)을 자주 했더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한국은 테스코가 진출한 14개 국가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매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임자인 도 사장은 1999년 CEO가 됐을 당시부터 뒤를 물려줄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도 사장이 꿈과 욕심이 크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후계자로 키워야겠다고 결정했고 한때 4~5년 정도 분당에 있던 우리집에서 살다시피하며 함께 일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저는 직원들을 잘 챙기지 못했는데 도 사장이 복리후생과 여성 인재 발탁에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14년간 맡았던 홈플러스 CEO직을 내려 놓았지만, 현재 회장 직함은 유지하면서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 그룹 경영 자문을 맡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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