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개봉영화 '관상'서 기생 역으로 연기변신 도전
여배우 기근이라는 충무로와 캐릭터의 다양한 변주가 힘들다는 안방극장. 올가을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에서 기생 연홍으로 돌아오는 배우 김혜수(42)는 이 두 영역 모두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건강 미인’의 대명사로 1990년대를 활보한 김혜수는 지난해 영화 ‘도둑들’의 팹시 역으로 ‘1000만 배우’에 등극했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 2TV 월화 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에선 ‘미스김’으로 굳건한 이름값을 증명했다. 다채로우면서도 성공적인 최근 활동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애초에 변신을 염두에 뒀다거나,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하며 시작한 것은 결코 아니었어요. 제가 점쟁이도 아니고…. 실은 배우 본인도 작품에 굳은 확신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떤 직감을 따르고 최대한 집중해 막연한 것들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엇나갈 때도 있어요.”
김혜수는 오래도록 정상을 유지해 온 비결에 대해서도 주변에 공을 돌렸다. “모든 것은 훌륭한 협업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탄탄한 극본을 쓰는 작가, 그 안에서 발현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이 모든 것을 적절히 조율하는 훌륭한 연출자들을 만났다는 것은 연기자로서 큰 행운이에요.”
그는 타인에 대한 평가에는 후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배우로 유명하다. 팔색조처럼 변화무쌍하면서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평가받는데도 그는 한때 배우가 천직인지 의심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16세 때부터 스타라는 이름으로 살기 시작했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은 아마도 자신을 향한 혹독한 채찍질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소년기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과연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가에 대해 꽤 오래 고민했고, 결과적으로는 나의 일과 내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됐죠. ‘한때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았었지’라는 기억으로 묻어두기에는 지나간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시간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됐어요. 그런 마음을 갖게 되면서 인생의 분기점이 생겼고,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됐죠. 그 전에는 어떤 시점에 다다르면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대외적 평가나 희비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거든요.”
어느새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김혜수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냐”는 물음에 “관객들에게 내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다고 주문할 자격은 없다. 보이는 대로 느끼면 되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평가보다는 스스로를 세우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그는 “흘러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는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선택한 직업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발을 들여 청춘을 소진하게 됐고 겹겹이 쌓인 시간 속에 기울인 노력은 오늘날 대중의 신뢰를 받는 김혜수를 여물게 했다. 앞으로도 그는 우리를 매료시키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사진=채기원 텐아시아 기자 te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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