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유사 관세환급에 대한 관세청 조사가 묘하다

입력 2013-05-29 17:34   수정 2013-05-30 00:04

GS칼텍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관세 부정환급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원유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과정에서 원유 수입분에 대해 과도한 관세 환급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예를 들어 5%의 관세와 무관세로 수입한 원유를 혼합해 휘발유를 뽑아낸 뒤 수출할 때는 모두 5% 관세로 수입한 원유를 쓴 것처럼 해서 부당하게 많은 관세를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선 ‘묘한 기름값’을 문제삼더니 이번 정부는 ‘묘한 관세환급’을 들먹이는 모양새다.

관세청은 정유업체별로 수천억원의 추징금을 물릴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해 정유업계가 받은 관세환급금이 전체(5조1469억원)의 40%에 해당하는 2조원을 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 전혀 없는 데다, 수입 국가와 종류별로 원유 등 수많은 원재료를 일일이 구분해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고 관세환급을 받는 것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 상황인데 표적조사하듯 유독 정유사만 문제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번 일은 조사결과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관세청이 세수 확충을 위해 정유사를 타깃으로 삼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정유업계가 부당하게 관세를 과다 환급받아왔다면 설사 그것이 관행이었다고 해도 추징금을 내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도입 유종 비율에 따른 관세환급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세청이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한 건 올리고 보자’는 식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안될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 “기름값이 묘하다”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촉발됐던 정부와 정유사 간 공방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회계사임을 강조하던 주무장관을 비롯, 공무원들의 과잉충성으로 기름값을 반강제적으로 내리고 알뜰주유소를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업계만 골탕먹고 흐지부지돼버렸다. 지금 알뜰주유소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알 것이다. 관세청의 이번 정유사 조사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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