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3000만 원 상당의 롯데하이마트 위조주권이 유통됐다. 증권가에서도 '안전 불감증'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매된 롯데하이마트 위조주권과 관련해 하나대투증권의 대응과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물주권의 예탁 처리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주문이 나갈 수 있도록 조치된 일부 증권사들의 부적절한 구조가 이런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실물주권의 유통이 많지 않아 직원들이 위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처리에 보다 주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 불소지 및 일괄예탁제도를 적용해 사실상 실물주권이 존재하지 않는 종목이다. 이번 위조주권은 '가공의 주권'인 셈이다.
예탁원은 지난 28일 오전 11시께 하나대투증권으로부터 주권 실물을 예탁 접수하는 과정에서 컬러 복사기로 위조된 롯데하이마트 만주권종 위조주권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예탁원은 "발견된 위조주권은 진품 통일 규격 유가증권과 지질이 다르고 인쇄 상태도 조악했다" 며 "형광 도안이 없고 무궁화(은화) 및 KSD(은서)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최고종인 '만주권'은 실물주권 1장 당 주식 1만 주의 가치를 가진다. 진품일 경우 8억3000만 원(지난 27일 종가 기준)어치에 달했다.
문제는 해당 위조주권이 지난 27일 하나대투증권 강남중앙지점에 입고됐고, 예탁 처리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28일 해당지점에서 주식 매도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 이후 같은날 해당주식이 위조주권임이 판명나면서 본인이 당일 동일 분량의 롯데하이마트주식을 재매수하게 됐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번 사건과 관련,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를 내리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 영업점에서 별다른 위조주권 감별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해당 직원의 업무처리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물주권을 다룰 때 보다 철저한 확인 등을 거치도록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업무처리 과정상 하나대투증권이 육안으로도 위조 주권 및 유가증권을 감별하는 방법을 제대로 제공하고 이행했다면 영업점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 한국 등 대형 증권사들은 결제 사무부와 주요 지점에 유가증권 식별기를 배치해 위조 주권 및 위폐를 영업점과 본사에서 걸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실물증권을 다룰 때 보다 엄격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실물주권의 예탁원 예치와 증권사에서의 주식 주문 시기 등은 증권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하나대투증권에 별도의 징계조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며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방법이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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