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현란한 탭댄스 군무 업그레이드…흑백 조명 '그림자 쇼'도 볼거리

입력 2013-05-30 17:21   수정 2013-05-30 21:16

Review - 뮤지컬 '브로드웨이 43번가

녹음 반주 현장감 떨어져…디큐브·성남아트센터서 공연'




1996년 5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국내 초연된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는 공연계와 관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 대기업(삼성영상사업단)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처음 제작하는 대형 뮤지컬인 데다 미국 브로드웨이 히트작을 거액의 로열티를 주고 들여와 우리말로 공연한다는 점에서였다. 요즘에는 이런 방식의 라이선스 공연이 일반화됐지만 당시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공연 제작 환경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박철호 이정화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등 ‘국내 뮤지컬 대표 선수들’이 출연한 초연 무대는 흥겨운 탭댄스와 화려한 세트, 신속한 무대 전환 등 미국식 쇼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 달 남짓한 공연 기간에 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도 성공했다. 여기에는 연출 무대 음향 조명 안무 등 공연 전반에 걸쳐 주도적으로 관여한 미국 제작진의 힘이 컸다. 이때만 해도 한국 스태프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며 미국의 선진 제작 노하우를 배우는 입장이었다.

CJ E&M과 설앤컴퍼니가 공동 제작해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한국 뮤지컬의 제작 능력이 미국 영국 등 뮤지컬 선진국 못지않은 쇼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음을 보여주는 무대다.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원작은 1933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42번가’. 미국 대공황기 불황에 빠진 뉴욕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뮤지컬 연출가 줄리언 마쉬가 ‘프리티 레이디’란 신작을 제작하는 과정을 그렸다. 순진하고 재기 발랄한 시골 처녀인 페기 소여가 코러스 역으로 출발해 우여곡절 끝에 주역을 꿰차며 스타의 꿈을 이루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화려하면서도 비정한 쇼비즈니스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이번 무대는 현란한 춤과 볼거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원작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공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탭댄스 군무는 여느 이전 공연들보다 높은 완성도와 호흡을 보여준다. 30여명의 출연진이 일사불란하게 빚어내는 ‘코인 댄스’와 흑백 조명을 이용한 그림자쇼 등이 펼쳐질 때는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만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반주(MR)인 점이 뮤지컬 공연의 생동감과 현장감을 떨어뜨린다. 주요 배역을 함께 맡는 배우들의 기량이 고르지 않아 캐스팅에 따라 완성도의 차이를 보이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내달 30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오는 7월9~28일에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5만~12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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