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환 목사 "40년 前 여의도 전도집회가 기독교 성장 원동력"

입력 2013-05-30 17:21   수정 2013-05-30 21:09

1973년 집회서 그레이엄 통역 맡은 김장환 목사
110만 인파에 세계 '깜짝'…"지금은 상상 못할 일"



1973년 6월3일 서울 여의도광장(당시 5·16광장). 세계적인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95)의 전도집회에 1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레이엄 목사는 이를 보고 “내가 한 전도집회 사상 이처럼 많은 군중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5월30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동안 집회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325만명. 그레이엄의 이 전도집회는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개신교 대부흥의 결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사건’의 40주년을 맞아 당시 집회에서 통역을 맡았던 김장환 목사(79·극동방송 이사장·사진)를 30일 서울 영등포동의 극동방송에서 만났다. ‘빌리 김’으로 불렸던 김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의 웅변조 설교를 탁월한 영어 실력과 열정적인 제스처로 완벽하게 통역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매체가 ‘100만 군중, 유능한 통역’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을 정도였다.

“첫날부터 수십만 인파가 여의도광장으로 모여들었어요. 첫날 집회 후 AP, UPI 등 외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니까 북한은 ‘남조선이 미국 무당을 데려다 굿판을 벌였다’고 했죠.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변화로 가치관의 혼돈이 심했던 때라 국민들의 마음이 헛헛해서 더 많이 모였을 거예요. 외로운 현대인들이 교회에서 치유화 회복의 기회를 찾고자 했던 거라고 봅니다.”

당시 전도집회는 1970년 11월 한경직 목사가 그레이엄 목사에게 초청장을 보낸 지 3년 만에 성사됐다. 8개월이나 대회를 준비했지만 난관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장소 선정. 동대문운동장, 효창운동장 등 웬만한 곳은 다 검토했으나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여의도광장(당시 5·16광장)은 너무 넓어서 10만명이 모여도 산만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앞섰다.

김 목사는 “우려와 달리 너무나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여했고, 국가 행사 외에는 광장을 내주지 않던 정부도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한 것은 물론 군악대를 동원해 찬양을 연주하고 수백개 버스 노선을 수정해 행사 기간에 버스들이 여의도를 경유하도록 배려했다”며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마치 손에 장갑을 끼는 것처럼 두 사람(그레이엄·김장환 목사)이 완전히 일치해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던 자신의 통역에 대해 그는 “그 전에도 전도집회 통역을 많이 해봤지만 그 집회만큼 강사와 일치가 잘됐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한국인의 열정적인 준비와 기도에 감동한 그레이엄 목사의 겸손과 인품이 강사와 통역자의 합일을 이끌어냈다는 것.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의 그레이엄 목사님 댁을 방문했는데 ‘한국집회를 다시 한번 해보자’고 하시기에 못 한다고 했어요. 지금은 국내 어디에서도 그런 규모의 집회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시멘트 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야 한다면 돈 준다고 오라고 해도 안 올 걸요.”

김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님의 전도집회 이후 300명이던 우리 교회(수원중앙침례교회) 신자가 금세 1000명으로 불어났다”며 “40년 전 그 집회가 한국 기독교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근년 들어 개신교 교세가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웃을 네 몸과 여기라는 말씀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오직 예수님만을 섬기며 높이고 성경에 근거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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