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건축의 미래, 에너지 절감에 달렸다

입력 2013-05-30 17:22   수정 2013-05-30 20:58

이병찬 <대림I&S 대표이사>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생명 빌딩은 2011년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친환경 녹색 빌딩으로 탈바꿈했다. 건물의 전면과 후면에 있는 외부창호를 단층유리에서 복층유리로 바꾸고 내부 천장과 벽체에도 단열재를 새로 설치해 단열 성능이 2배 정도 향상됐다. 여름철에는 심야전력으로 얼린 얼음을 이용해 낮에 냉방을 하는 빙축열 시스템을 설치,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지구 온난화와 고유가 행진 속에 에너지 절약형 건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건축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사용 후 곧바로 사라져 버리는 특성이 있다. 또 건축물의 수명은 일반적인 제조품과 달리 50년 이상 유지된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형 설계는 파급 효과가 매우 직접적이면서도 지속적이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종합대책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총 에너지 소비량의 18.2%가 가정(주택)과 상업 건물에서 소비되고 있다. 서울시로만 한정할 경우 가정과 상업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은 무려 55.9%에 달한다.

문제는 가정과 상업 건물의 에너지 사용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산업계에서는 원가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가정과 상업 건물 분야는 아직 절실함이 약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저감형 건축 기술은 초기 공사비용 부담과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 건축주로부터 외면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인 만큼 활성화 방안 마련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절약 주택의 대명사인 독일 패시브하우스는 1991년 처음 시공된 이후 현재까지 2만여가구에 보급됐고, 지금은 확산 단계에 있다. 패시브하우스의 성공은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저에너지 건축 기술 개발 유도, 국민들의 인식 전환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노후화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는 서울시의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시의적절하다. 주민들의 적극적이며 자발적인 참여도 필수적이다. 집값과 초기 공사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에게 조금 더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기 저리 융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우수 사례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에너지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주거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병찬 <대림I&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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