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세계 국가빚 50조弗…돈 풀기 경쟁에 부채 '눈덩이'

입력 2013-05-31 15:25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국 경제연구소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집계를 분석한 결과 정부 부채 총계가 사상 처음 50조달러를 넘었다. 민간과 공기업 부채는 제외했다. 현재 국가 빚은 시간당 500만달러(약 55억원)씩 불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가 빚, 5년 만에 2배로 급증

2007년만 해도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 총액은 28조달러였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고, 세계총생산(GWP) 71조달러의 72%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화한 은행 등 민간의 빚을 정부가 메워준 결과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 긴축에도 부채비율 증가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부채가 늘면서 이자 부담도 불어나는데 복지 지출 감축은 여론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채 위기가 민간에서 정부로 전이되면서 미국과 일본이 ‘남유럽식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0조달러를 넘어선 세계 정부 부채는 세계인이 1년간 번 돈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갚을 수 있는 규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GWP 대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가 여전히 가파르다는 점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국채 이자 부담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복지 수요 확대가 정부 부채 증가에 따른 재정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빚 증가 주요국들은'선진국'
과거 재정위기는 1980년대 남미, 1998년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생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선진국이 부채 증가를 이끌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각국은 벼랑 끝에 몰린 금융사와 제조업체 등을 살리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 주요 선진국 GDP의 13.2%에 이른다. 하지만 경기는 얼어붙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세수는 줄었다. 국채를 발행해 빚을 얻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이에 따라 부채는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GDP 대비 평균 정부 부채 비율은 2008년 80%에서 지난해 110%로 급증했다. 미국이 76%에서 101.6%까지 늘어난 것을 비롯해 일본은 174%에서 220%로, 이탈리아는 106.1%에서 127%로 증가했다.

선진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채 문제가 몰고 올 파장도 과거 개도국의 부채 위기와는 비교가 안 된다. 지난 3월 말 현재 1조2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단적인 예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국채 가격 하락)이 중국 자산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남유럽을 넘어 미국과 일본까지 확산될 수 있는 재정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빚의 관성…줄이긴 어렵다
재정위기 가능성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빚을 줄여 부채 비율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조사에 따르면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008년 이후 정부 지출을 줄인 곳은 독일과 스웨덴 몰타 3개국뿐이다. 미국도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 등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있지만 빚은 오히려 늘고 있다. 부채의 ‘하방경직성’ 때문이다. 레베카 넬슨 코넬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한번 늘어난 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며 “돈을 풀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정치인들이 국민의 반발을 우려해 쉽사리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 지출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IMF는 1875년 이후 136년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60%와 100%를 넘은 국가를 뽑아 이후 15년간 부채 변화를 조사했다. 부채 비율이 60%를 넘긴 대부분의 국가는 이후 15년간 빚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통상 ‘위험 수위’로 평가되는 100%를 넘은 뒤에도 조사 대상 국가 중 절반은 빚이 더 증가했다.

#앞으로 더 늘어난다

선진국의 부채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빚이 늘면 이자 부담도 커진다. 미국 의회 예산처는 지난해 GDP 대비 23.4%인 정부 지출이 2037년 35.7%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채 이자 부담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GDP 대비 2% 수준이던 이자 상환 비용이 2037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도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조사에서 2000년 100명당 27명이던 은퇴자 수가 2050명엔 6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노인 부양비 등 고령화 비용 증가만으로도 2020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일본은 300%, 영국은 200%,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 등은 15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윤선/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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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채비율 낮지만 증가 속도 빨라 '위험'

지난해 한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다. 100%를 넘는 미국, 200%를 훌쩍 넘긴 일본은 물론 유럽의 경제 우등생 독일(86%)보다도 낮다. 이태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한마디로 한국의 부채 수준은 양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조성원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 네덜란드 등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부채 비율을 35.2%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채 비율을 계산한 결과다. 경제 규모가 작고 금융시장이 개방된 국가일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큼 부채 비율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이다.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부 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04년 24.6%에서 지난해까지 10%포인트나 뛰었다. 씨티그룹은 “이런 추세에 고령화 문제까지 더해지면 정부 부채 비율은 2060년 218.6%로 급등할 것”이라며 “국채 금리가 뛸 경우 299.8%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26년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국가’가 된다.

현 정부가 최근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임기근 기재부 예산정책과장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늘려야 하는 예산이 있고 줄여야 하는 예산이 있다”며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복지 수요를 감안할 때 복지 예산을 늘리고 SOC 예산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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