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전자제품 수입 판매상인 첸씨(35)는 한국 스마트폰을 홍콩에서 팔기 위해 업체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최모씨(43)를 알게 됐다. 원래 스마트폰을 취급하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전자제품을 유통해왔다는 지인의 말에 스마트폰 구입 문의를 했다. 최씨는 첸씨에게 “자신이 스마트폰 7000대를 갖고 있는데 공장에서 덤핑 판매로 싸게 나온 물건을 넘겨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씨가 제안한 스마트폰의 대당 가격은 30만원. 중고 스마트폰보다 더 싼 값이었다. 너무 싸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첸씨에게 최씨는 인천의 한 물류창고에서 스마트폰이 실린 박스를 보여주고 내친김에 상자 하나를 직접 열어보게 했다. 다른 사람도 물건을 사겠다고 나서면서 몸이 달았던 첸씨는 지난해 9월 스마트폰 7000대를 20억에 구매하는 계약서를 만들었다.
계약금과 중도금조로 4억7000여만원을 건넸던 첸씨는 약속했던 스마트폰이 오지 않자 조바심이 났다. 최씨를 계속 재촉하자 선적비로 1억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첸씨는 최씨가 “그럼 물건을 먼저 보내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돈을 입금했다. 그러나 지난 1월 5톤 트럭에 실려온 물건을 확인한 첸씨는 충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박스를 열어보니 스마트폰 대신 스티로폼과 석고보드가 들어있었던 것. 계약할 때 박스 하나를 열어보긴 했지만 나머지 박스는 비닐로 씌워져 있어 열어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첸씨 옆에서 물건을 사겠다는 남성도 사실은 바람잡이에 불과했다.
한국어를 전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던 첸씨의 사연은 금세 소문이 났고 이를 알게된 경찰이 수사에 나서 최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달아난 문씨는 동료마저 속이고 선적비로 받은 1억을 들고 달아난 상태”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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