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취임 후 첫 출입기자와 오찬 "개성공단 7인 인질될까 조마조마했다"

입력 2013-05-31 17:13   수정 2013-06-01 02:32

출발 늦어 100일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
'북핵 中역할 크다'고 할 것…중국어 연설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둔 지난달 31일 청와대 내 야외 잔디밭인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와 중국 방문 계획, 개성공단 중단 사태 당시 심경 등을 털어놨다. 식사는 뷔페로 준비됐으며 박 대통령은 직접 접시를 든 채 줄을 서서 음식을 담아 테이블로 이동했다.

오는 4일 취임 100일을 맞는 박 대통령은 “신이 나에게 하루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 100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빨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6월 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시진핑 주석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고 여러 가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 한다”며 “특히 북핵 문제는 중국 역할이 크다는 얘기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중 시 중국어 연설 의향을 묻자 “많은 분이 원하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중국 철학가 펑유란이 쓴 ‘중국철학사’를 언급하며 “어려운 시절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고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이라며 “좋은 글을 읽으면 그냥 두지 않고 메모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꺼내 읽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에도 줄곧 그랬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착용하는 액세서리 등이 화제가 된다는 언급에 “어느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소지품과 관련, ‘여성대통령을 뽑으니 이런 재미도 있네’라는 글을 보기도 했다”며 웃었다.

5월 초 개성공단 잠정폐쇄 당시를 떠올르며 “마지막 순간까지 공단에 남은 우리국민 7명의 안위가 어떻게 될까를 놓고 조마조마하며 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아주 긴박했던 순간은 참 상상하기 싫을 정도였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정부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고 ‘왜 (북한은) 대화를 정부하고 안 하느냐’ 이렇게 하는 것이 개성문제를 포함해 남북간 신뢰를 구축하면서 정상적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유의 ‘썰렁개그’도 몇 차례 던졌다. 기자들에게 “돼지를 한번에 굽는 방법이 뭔지 아느냐”고 물은 후 “간단하다. 코에다 플러그를 꼽으면 된다”고 해 폭소가 쏟아졌다.

퍼스트레이디 대행 시절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와 어울렸던 일화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밤을 초콜릿으로 감싼 과자가 새로 개발돼 기자단 모임에 싸들고 가서 ‘맛있는 과자와 화창한 날씨, 완전히 피크닉 온 것 같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기자가 ‘아니다. 우리의 피크닉은 술을 잔뜩 마시고 쓰러져야 한다’고 하길래 많이 웃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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