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계장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해결 못해 아직도 답답"

입력 2013-05-31 17:34   수정 2013-05-31 21:49


1991년 3월 대구 달서구 성서초등학교 학생 다섯 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5년간 연인원 50여만명의 군·경이 대대적으로 수색했지만 11년6개월 뒤인 2002년 9월 대구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 4구와 신발 5켤레만 발견됐다. 2006년 3월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이 사건은 미제 사건이 됐다.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과학수사계장(47·경정·경찰대 4기·사진)이 10여년 동안 국내 과학수사 발전에 헌신하게 된 계기였다. 시신 발견 당시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이었던 최 계장은 “미국의 법의인류학 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했더니 한 아이의 두개골에 난 자국은 사제 총기에 의한 손상이라고 하더라”며 “결국 타살로 결론 났지만 미제 사건으로 남아 아직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2003년 2월 대구 중구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을 입은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도 지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들과 함께 지하철 차고지에서 2개월 이상 합숙하면서 사망자 신원 확인에 몰두했지만 척박한 과학수사 환경만 절감했다. 그는 “과학수사 기법에 다양한 학문을 접목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과학수사 인력도 모자랐고 현장에 적용할 기법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1988년 경찰이 된 최 계장은 1999년 대구청 감식계장을 맡으면서 과학수사에 입문했다.

청문감사관 등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3년을 제외하면 11년 동안 줄곧 과학수사팀에서 근무하며 해외의 새로운 기법을 국내에 소개한 ‘과학수사 전도사’다. ‘수사는 현장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법과학 선진국인 캐나다의 온타리오 경찰대로 유학가 전문 교육을 이수한 뒤 2005년 처음으로 혈흔 형태 분석 기법을 국내에 도입했다.

지방경찰청 최초로 과학수사 국제세미나를 대구청에서 열도록 한 것도, 영국에서 헤이든 켈리 박사에게 걸음걸이 기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국내로 초청한 것도 최 계장이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을 초청해 국내 과학수사 요원들과 합동으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실습을 하도록 주선했다.

그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과학수사 기법을 배운 제자들이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나를 ‘스승’이라고 불러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영미권처럼 배심원 제도를 적극 도입해 법과학 증거가 법정에서 많이 채택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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