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다] "주요국 금리 인상 가능성 낮아…신흥국 채권 유망"

입력 2013-06-02 15:33  

파이잘 알리 < 베어링자산운용 펀드매니저 >

미국 국채금리 급등,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채권 출구전략 거론 일러
터키·러시아 등 투자 매력



1995년. 영국에 본사를 둔 베어링자산운용이 가장 기억하기 싫은 해일 것이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베어링은 당시 싱가포르지점 수석 트레이더였던 닉 리슨의 투자 실패로 파산했다. 이후 네덜란드계 금융그룹인 ING에 단돈 1파운드에 넘어가는 수모를 당했다.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가진 베어링이 최근 들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05년 미국계 보험사인 매스뮤추얼 파이낸셜그룹에 인수된 후다. 현재 운용자산이 약 60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채권운용 부문에선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고 있다. 본사 신흥국 채권팀 소속의 파이잘 알리 베어링자산운용 펀드매니저(사진)는 “전 세계적으로 저수익 환경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방한한 알리 매니저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인터뷰했다.

○“채권 출구전략 말하기엔 일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등 일부 전문가들이 ‘채권 시장은 끝났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알리 매니저는 “채권 투자의 출구 전략을 말하기엔 지나치게 빠른 시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했지만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바뀐 상황이 아닌 만큼 채권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특히 신흥국 채권 시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과 같은 채권시장의 랠리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계속 안겨줄 것”이란 예상이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데 대해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알리 매니저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개선됐지만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국 중앙은행이 당장 금리를 올리거나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선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아야 하는데 당분간 이런 예상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알리 매니저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각국 통화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신흥국들이 주로 수혜를 입고 있다”며 “각국 물가 역시 안정적인 수준이어서 채권 투자자들에겐 호재”라고 설명했다.

○터키·러시아·두바이 투자 유망

알리 매니저는 터키와 러시아, 중국, 인도, 두바이 등 5개국을 투자 유망국으로 꼽았다. 다만 신흥국 중 경제·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아르헨티나의 경우 예외라고 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특정 신흥국에 위기가 닥치면 다른 국가로 금방 전염되는 도미노 효과가 나왔는데 지금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과거보다 훨씬 안전하게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의 경우 경제 기초체력이 좋은 데다 최근엔 신용등급까지 상향 조정됐다는 점을 추천 이유로 들었다. 알리 매니저는 “터키 은행들이 지난 수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냈는데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다”며 “이쪽 채권에 대해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는 시장경제 전환이 잘 이뤄지고 있고 인도에선 안정적인 정권 교체가 인상적”이라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겪은 두바이에선 정부가 충분하고 신속한 지원을 하면서 침체 상태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두바이 정부가 부채 수준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미래의 위험을 낮췄다는 것이다. 알리 매니저는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에 더욱 견조한 성장을 이루지 않았느냐”고 했다.

○“투자등급 채권 75% 이상 편입”

알리 매니저는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때 투자등급이 50% 미만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75%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투기등급 채권 비중이 낮은 데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마다 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회사채에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따져본다”며 “이 부분이 국가보다 발행 주체를 먼저 고려하는 하이일드 채권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알리 매니저는 “채권 시장에선 선진국과 신흥국 간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어서 글로벌 시장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며 “선진국 채권 투자자들이 대부분 신흥국에도 병행 투자하고 있는데 선진국 펀드를 청산하면 신흥국도 같이 청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회사채와 해당 국가의 통화에 동시 투자하는 방식의 더블데커 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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