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부작용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1차적인 타격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다.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은 식료품과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공산품 등의 가격이 일제히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전기료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도 가계 살림에는 부담이다.
반면 자동차 등 수출 업종은 날개를 달았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차입금이 줄고, 생산설비 가동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아베노믹스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수입 제품 가격 일제히 상승
대규모 양적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 제품 가격은 뜀박질을 시작했다. 애플이 지난달 말 아이패드와 아이팟 등 주요 제품의 일본 내 판매가격을 최대 20% 인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PC 생산라인이 모두 해외에 있는 도시바도 이달 중 판매 예정인 컴퓨터 가격을 지난 2월 발매한 제품에 비해 5000~2만엔가량 올리기로 했다.
일반 가계의 살림살이와 맞닿아 있는 식료품 가격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수입 밀의 사용량이 많은 야마사키제빵과 시키시마제빵은 지난달 하순 식빵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식용유와 마요네즈 등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식료품도 상황은 마찬가지.
재작년 원전 사고 이후 화력발전 비중이 급증한 전력회사들이 일제히 전력 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내수 시장에는 큰 부담이다. 일본의 10개 전력회사들은 다음달부터 가정용 전력요금을 10%가량 올릴 예정이다. 장기금리 상승으로 국채 금리에 연동되는 주택 관련 대출금리가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역시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갉아먹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휘파람 부는 수출 기업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기업들은 아베노믹스가 주도한 엔저(低) 훈풍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마쓰다자동차와 후지중공업은 수출 실적이 좋아지면서 지난달엔 직원들이 휴일까지 일부 반납해가며 생산라인을 돌렸다. 닛산도 지난달 중순 도치기현 공장에 미국에 수출할 신형 세단 ‘Q50’의 생산라인을 추가했다. 지난 2년간 도치기현에서 생산하는 수출용 차량 부문은 줄곧 적자였지만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올해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실적 개선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 증시 상장기업 가운데 내부유보금이 차입금 규모를 웃도는 ‘실질 무차입 경영’ 기업이 전체의 5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수출 기업의 생산량 증가 등으로 일본의 4월 광공업지수는 5개월 연속 상승했고, 같은 달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에 대한 구인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도 2개월 연속 개선됐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나느냐가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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