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사 1년…해외임상 대출 '全無'

입력 2013-06-02 17:36   수정 2013-06-03 04:09

수출입은행 "자금회수 오래 걸리고 기술평가 어렵다" 신청업체 퇴짜

법인세 등 세제도 후퇴…겉도는 제약사 지원정책
복지부 "혜택주고 있다" 제약사 "받은 게 없다"




바이오의약품 업체인 A사는 올초 수출입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개발하고 있는 의약품의 해외 임상 3상 시험을 앞두고 혁신형 제약사에 저리로 최대 1000억원까지 자금을 대출해준다는 정책융자를 받아볼 참이었다.

해외 임상 3상 자금융자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사를 선정하면서 내놓은 핵심 지원책 중 하나다. A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43개 혁신형 제약사에 포함됐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였다. 수출 실적이 없는 데다 기술력 분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 회사는 심사에서 ‘불가’ 판정을 받았다.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 정책이 겉돌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제약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43개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 각종 ‘장밋빛’ 지원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책 시행 1년 동안 처음 정부가 약속했던 지원책이 대부분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축소되는 등 당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약사들은 ‘받은 게 없다’며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1년 동안 정책자금 융자 ‘0’건

2일 복지부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해외 임상 3상 소요자금의 90% 내에서 최대 1000억원까지 8년 동안 정책자금을 융자하기로 한 지원책은 지난 1년 동안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바이오 의약품 업체 두 곳이 심사를 신청했지만 모두 보류되거나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일부 업체들은 상담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정찬용 수출입은행 팀장은 “막상 심사해 보니 의약품은 해외 임상 3상에서 매출 발생까지 8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며 “자금회수 기간을 8년 이내로 잡고 있는 현행 금융분석 툴로는 장기 자금지원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임상 3상시험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수출 실적이 없는 제약사들의 기술 평가에 제약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분석 기법이 마련될 때까지 정책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정책융자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제약산업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에서 이런 문제와 관련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

◆세제 혜택 등 지원책 후퇴

혁신형 제약사에 대한 또 다른 주요 지원책인 연구개발비 법인세 공제 혜택은 무산됐다. 당초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세액공제를 확대해 주겠다고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형평성을 들어 반대해 난항을 겪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조세특례법에서 전체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가 포함된 게 사실상 관련 지원책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내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처음 선정할 때는 혁신형 제약사에 별도의 세액 혜택을 주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43개사를 무더기로 선정할 때부터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런 방식이라면 혁신형 제약사를 왜 선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기대에는 못 미치겠지만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산하 한국산업진흥원 관계자도 “지난 1년간 특별히 지원한게 무엇이냐고 하며 할말은 없지만 나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노력을 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나마 핵심 3대 지원정책 가운데 약가우대정책은 시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논란거리다. 약가우대는 혁신형 제약사가 퍼스트제네릭(오리지널약의 특허 만료 후 처음 나온 복제약)을 출시할 경우 오리지널의 68% 수준 약가를 1년 동안 적용해주는 제도다. 혁신형 제약사가 아닌 경우에는 첫해에 59%를 적용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한 결과 4월 말까지 23개 제약사 109개 품목이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화학의약품이 없는 제약사와 바이오의약품 전문업체는 약가 우대에서도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 혁신형 제약기업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신약 연구 개발과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한 43개 제약사. 제약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겠는 정부의 목표 아래 각종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자금 지원 혜택을 약속했다. 인증은 3년간 유효하며 리베이트 등 중대 기준 미달 시 인증이 취소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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