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종 대중 속으로 "밀교수행 체험하러 오세요"

입력 2013-06-02 17:49   수정 2013-06-03 00:32

신임 회정 통리원장 밝혀


불교계 4대 종단 가운데 하나인 진각종은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다른 종단과 여러모로 다르다. 법당인 ‘심인당’에는 불상이 없다. 형상이 있는 불상 대신 진리 그 자체인 법신불(法身佛)을 모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전과 진언(眞言·주문) 등의 글자만이 정면 벽을 채우고 있다. 성직자는 스님들처럼 삭발도, 출가도 하지 않고 승복도 입지 않아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참선이나 염불 대신 ‘옴마니밧메훔’의 육자(六字)진언을 외우는 밀교수행을 하는 것도 독특하다. 심인당이 모두 도심에 있고 산중에는 법당이 없는 것도 진각종의 특징이다.

이런 진각종이 ‘다름’을 장점으로 살려 대중화에 나선다. 최근 진각종의 최고 행정책임자인 제29대 통리원장에 취임한 회정 정사(62·사진)는 2일 “출가승이 없는 재가 종단의 특수성을 부각해 도심불교, 생활불교의 면모를 널리 알리고 비밀스럽게 닫혀 있던 측면이 있는 밀교수행을 모두가 알고 행할 수 있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어렵게만 생각하는 밀교수행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 예정이다.

신라 때 중국을 거쳐 들어온 이래 조선시대까지 성행했던 밀교종단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진각종은 1947년 회당 손규상 대종사(1902~1963)가 창종했다. 전국 120개 심인당을 중심으로 80만명가량의 신도가 수행하고 있다. 작은 교단 규모와 달리 위덕대, 서울 진선여중·고, 대구 심인중·고 등 교육사업을 일찍부터 벌여왔고 지난해 말에는 본부인 서울 하월곡동 총인원에 연면적 1만2000여㎡의 진각문화전승원을 완공해 다양한 대중 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회정 통리원장은 “수행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나를 긍정으로 이끄는 새로운 문화가 되도록 보다 쉽고 편한 동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각공감(眞覺共感)’의 시대를 열겠다”며 “이를 위해 진각종의 수행공간인 심인당과 진각문화전승관을 신자는 물론 인근 주민을 포함한 일반 대중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전승관 옆에는 국제불교체험관을 내년까지 완공해 외국인 등의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라 화랑들의 훈련장이었던 경주 단석산 자락의 165만㎡에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 같은 수행공간을 마련해 대중들이 수행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진각종이 크지 않은 교단 규모에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중앙집권형 의사결정구조와 더불어 신자들이 기독교의 십일조처럼 각자 수입의 10분의 1을 종단에 희사하기 때문이다. 회정 통리원장은 “종단의 연간 예산이 200억원 정도지만 재정 운영이 투명하고 꼭 필요한 일에 집중적으로 사용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역자 자녀에 대한 교육비 전액 지원, 은퇴 교역자 전원에 대한 숙식 및 의료 보장 등 복지 수준도 종교계 최고 수준이다.

회정 통리원장은 “종교는 설령 상대가 강도라고 해도 해롭게 해선 안 되고 모두에게 이로운 존재가 돼야 한다”며 “달이 태양한테 받은 빛을 되비춰주듯이 우리도 부처님에게 받은 지혜의 빛을 생활 속에서 모든 중생들에게 나눠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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