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둘은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었어. 사물에서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의미를 찾아 보여주는 거야.”
하상만 시인(사진)은 최근 출간된 《과학실에서 읽은 시》(실천문학사)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에서 하 시인은 국내외 시인의 시 40편을 골라 시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와 그 문학성을 전달한다. 통섭의 시대를 맞아 ‘융합교육’의 디딤돌 역할을 하기 위해 썼다.
‘책장의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막 달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어갈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침을 묻혀가며 자신의 시집을 묵묵히 읽는 어머니를 노래한 손택수 시인의 ‘육친’이다. 하 시인은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침은 녹말을 분해해서 엿당으로 만드는 아밀라제 효소를 가지고 있지. 음식을 앞에 두면 입에서 침이 고여. 우리 몸이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거지.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어머니도 맛있는 책을 읽었던 경험이 있을 거야. 아마도 어머니에게 맛있는 책이란 바로 당신 아들이 쓴 책이 아닐까. 나는 이 시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침의 기능을 하나 더 알게 됐어. 그건 바로 책을 소화하는 기능이야.’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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