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잉 유동성…출구전략 국제공조 필요
한국, 이제 고성장 힘들어…혁신해야 완만한 성장
“글로벌 과잉 유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 공조는 필수적이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미국의 조기 출구 전략과 일본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이 글로벌 유동성 관리에 대한 정책 조언을 쏟아냈다. 3일 한은 서울본부에서 ‘국제적 관점에서의 글로벌 유동성 평가’라는 주제로 열린 ‘2013년 한은 국제 컨퍼런스’에서다.
시노하라 나오유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기조연설에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는 신흥국에 심각한 정책 과제를 제공했다”며 “자산가격 상승을 유발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신흥국에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장 피에르 랑도 전 프랑스 중앙은행 부총재도 “선진국 양적완화에 이은 출구 전략의 충격은 예상보다 복잡하며 글로벌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정책 공조에 대한 주문도 잇따랐다. 조너선 오스트리 IMF 부국장은 “자본 유입국과 자본 공급국 모두 자국의 통화 및 시장 안정 정책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도 “선진국은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시그널을 제시해 경제 주체들이 출구 정책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종료와 이에 따른 아시아 금융시장의 혼란 가능성에 대비해 거시 건전성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이 금리 조절 대신 특정 부문에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신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리 인하보다는 총액한도대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평소 김 총재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는 “선진국 출구 전략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경우에도 신용정책을 통해 경기 둔화 및 금융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확대나 영국 중앙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중개 기능 강화 등이 통화정책을 보완하고 성장잠재력을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경제에는 ‘혁신’ 주문이 나왔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토머스 사전트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할 수 없다”며 “혁신을 할 때 완만한 성장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정환/고은이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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