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는 신중론 … "노사정 합의가 먼저"
6월 임시국회가 문을 연 3일 민주당이 정기 상여금은 물론 직무·직급수당 등 회사가 근로의 대가로 약속한 모든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불붙게 됐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기업들의 갑작스러운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노·사·정 합의를 해법으로 제시한 반면 민주당은 통상임금 범위를 시행령이 아닌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어 통상임금 논란이 6월 임시국회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임금 범위 법에 명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나 임금단협을 통해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사전에 약속한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정의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에선 통상임금을 근로의 대가로 매달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이라는 문구를 빼고 통상임금을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모든 금품’이라고 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정기 상여금은 물론 각종 직무·직급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예컨대 식대, 체력단련비, 김장수당, 명절 휴가비, 귀성여비, 개인연금 보험료, 가족수당 등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잡힌다. 다만 경영 성과에 따라 사후에 배분하는 순수한 형태의 연말 성과금과 경조사비 등은 개정안이 정한 통상임금 범위에는 속하지 않는다.
홍 의원은 “개정안은 통상임금 개념을 명확히 정해 복잡한 수당을 만들어 통상임금 산입을 회피해온 현상을 차단하고 이로 인한 법적 다툼의 소지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초과 근로수당 산정의 기준을 제공해 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 일률적 기준 제시 어려워
새누리당은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 신중론을 펴고 있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 등 경제적인 파장이 큰 만큼 각 사업장별 실태조사와 노·사·정 논의를 지켜보고 입법 보완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태도다.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고용노동부와 당정 협의를 한 뒤 “전국의 수많은 기업마다 통상임금 적용 범위나 임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민주당 요구대로 이달 임시국회에서 바로 법제화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상임금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노·사·정 간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은 뒤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대로 입법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며 정부가 제의한 노·사·정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와 노동 관련 이슈가 6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양당 간 입장차가 뚜렷한 통상임금 문제가 여야 충돌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통상임금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월급 주급 일급 시간급 등을 총칭하는 개념. 해고수당,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휴일근로시 가산수당 등 각종 수당을 산정하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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