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회장 후보 4명…'90분 면접'에 달렸다

입력 2013-06-03 17:10   수정 2013-06-03 22:08

후보당 90분씩 심층 면접
이르면 내일 1명 선정

노조 "사실상 지침 하달"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3일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임영록 KB지주 사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상 가나다 순) 등 4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고 발표했다. 회추위는 5일 후보별로 90분씩 심층면접을 거쳐 이번주 중 이사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관치(官治)금융의 재연’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4명 후보별 90분 면접

4명의 최종 후보는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고사 의사를 밝힌 후보들이 잇따라 나온 데다 나름대로 강점을 갖고 있어서다. 이들은 5일 열리는 심층면접에서 KB지주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소신을 충실히 밝혀 현재의 판세를 굳히거나 뒤집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임 사장이 가장 우세한 가운데 민 행장이 맹추격하는 것으로 판세를 분석하고 있다. 임 사장은 행정고시 20회로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낸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정부와의 소통이 원활해 우리금융을 인수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민 행장은 1981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뒤 32년간 국민은행에서 재직해 KB지주 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한 인물이다. 직원들을 많이 알고 노조와의 관계가 원만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나머지 두 명의 후보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심층 면접 과정에서 두 사람의 전문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부회장은 신한금융그룹에서 40여년을 일하면서 은행, 증권, 캐피털 등 1, 2금융권을 두루 경험한 것이 강점이다. 최 사장은 뛰어난 업무 추진력으로 KB지주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다만 지주사 회장보다는 국민은행장을 내심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점이 걸림돌이다.

○신제윤 발언 파장…거세지는 관치논란
심층 면접에 임할 최종 후보가 결정된 가운데 신 위원장이 지난 1일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및 오찬에서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들이 ‘KB지주 회장은 임 사장으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얘기가 많다. 관료 출신이 금융그룹 회장을 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고 관료들이 임 사장을 민다는 시각도 있다’라고 묻자, 신 위원장은 처음에는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일단 나는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며 “KB지주는 민간 금융사로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전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좋은 분이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을 불러온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신 위원장은 “다만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도 장관 출신이다. 임 사장 같은 경우에는 외부인사라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금융권에 나돌고 있는 ‘임 사장 유력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은행 노조가 강력히 반발했다. 노조는 3일 성명을 통해 “(신 위원장의 발언은) 명백한 정부의 KB지주 인사 개입으로 관치금융의 재연”이라고 비판했다. 또 “임 사장을 KB지주 회장으로 낙점한 발언”이라며 “회추위를 겨냥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사실상 지침을 하달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는 “(신 위원장이 예로 든) 루빈 회장은 골드만삭스에서 30여년간 일하다가 장관을 지낸 뒤 다시 금융계로 돌아온 인물”이라며 “정통 관료 출신인 임 사장과는 경력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류시훈/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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