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회전문 인사" 비판 프로필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던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수평이동한 것은 청와대 내 홍보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소통이 약하다는 비판이 가장 많았고, 홍보라인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앞으로 홍보수석실에 힘이 실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주요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소통 분야가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이 못한 일로 ‘소통’이 꼽혔다.
이남기 전 홍보수석과 윤창중 전 대변인으로 이어지는 홍보라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언론과의 접촉이 부족하고, 정무적인 판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보수석이 대변인을 포함한 홍보수석실 비서관들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취약한 ‘소통’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이 수석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이번 인사는 이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에 김병호 대선캠프 공보단장의 활동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선거 3개월 전에 공보단장을 이 수석으로 교체한 적이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수석이 박근혜정부의 ‘왕수석’이라는 게 증명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진정성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2004년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17대 총선 직후 오찬 자리를 마련했는데, 광주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 수석이 이 자리에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주장한 게 계기였다. 박 대통령은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 하느냐”고 감탄했고, 며칠 뒤 그를 당 수석 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수석은 이후 박 대통령의 홍보 책임자로 활동했고, 박 대통령이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정치적 칩거에 이어갈 때도 ‘대변인격’이라는 직함 아닌 직함으로 대변인 역할을 했다. 18대 국회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고, 19대 총선에서 다시 광주 서을 지역에 출마했지만 당선에 실패했다. 이 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이동함에 따라 수석실 내부 체계도 일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의 수평이동으로 ‘쓴사람만 계속 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공석이 된 정무수석에는 3선 출신인 김학송 전 의원과 초선 출신인 권영진·현기환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프로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전남 곡성(55) △광주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18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정무팀장 △청와대 정무수석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충남 공주(49) △공주사대부고 △경찰대 행정학과(2기) △충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새누리당 공주시 당협위원장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
▶박찬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충남 논산(57) △대전상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행정고시 22회 △통일부 정책기획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 △새누리당 외교통일위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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