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안 관련 한마디도 안해
“부모님께 틈나는 대로 안부전화 드려라. 자녀를 아이비리그로 보내는 학부모는 매년 캐딜락을 한 대씩 사서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심정이다.”
말 한마디로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세계의 경제대통령’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59·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미국 프린스턴대 졸업식 축사 중에 한 말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눈과 귀가 버냉키 의장의 입에 쏠렸지만, 그는 경제 현안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예순을 바라보는 인생 선배로서 20대 졸업생들에게 유머 섞인 10가지 조언을 건넸다. 버냉키 의장은 1985년부터 2002년까지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명대사 “삶은 마치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상자를 열기 전엔 무엇을 집을지 알 수 없다”를 인용하며 “10년 뒤 자신들이 어디 있을지 안다고 생각하는 스물두 살의 청년들은 서른도 되기 전에 상상력 부족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도 경제학 교수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 전화(Fed 의장직을 맡아 달라는 부탁)’를 받았다”며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어떤 성공도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에 대해선 “경제는 매우 복잡한 분야라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항상 정확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미래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Fed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정치적 냉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대부분 선의를 갖고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며 “정치인들이 나쁘기 때문에 안 좋은 결과가 계속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거꾸로 여러분이 정치인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은 “얼마 전 프린스턴대에 복직을 문의했더니 ‘이미 능력 있는 지원자들이 차고 넘친다’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농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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