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다른 질환,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

입력 2013-06-04 10:46   수정 2013-06-04 10:57

대구에 사는 이철구씨(68)는 몇 해전부터 걷다가 종종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심해 쉬어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나이 들어 나타나는 당연한 노화증상 중 하나라고 치부하다가 최근 정도가 심해져 지팡이 없이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밤에는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가 됐다. 허리디스크라는 생각에 병원을 찾은 이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바로 척추관협착증이었다.

허리에 통증이 심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질환이 허리디스크다. 척추 질환중 가장 널리 알려진 질환이 허리디스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리디스크와 착각하기 쉽지만 치료법이 전혀 다른 질환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는 척추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두 질환은 증상도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모두 허리에 이상증세를 동반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두 증상을 구분하기에 모호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허리에 이상증세가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을 혼동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할 경우 증상이 더욱 악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허리디스크와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오랜시간 방치하게 되면 하지 마비, 배변 장애 등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의 수핵이 흘러나와 척추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뼈 뒤로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라는 통로가 있는데, 이 척추관 주변의 인대와 관절이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이 좁아져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젊은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운동을 하거나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튀어나왔던 수핵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노화로 인해 신경관 자체가 좁아지는 질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태는 점점 악화될 수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해야 한다.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우선으로 하지만 6개월간의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초기임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다른 치료법을 고려해봐야 한다. 보통은 척추질환 수술이라고 하면 겁을 먹고 지레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시경 디스크제거술, 경막외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적 치료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이 시행되는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신경성형술’을 들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꼬리뼈부위를 통해 1mm가량의 얇은 관인 카테터를 삽입,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부위를 치료하고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절개나 전신마취 없이 20분 안에 치료가 이뤄지는 시술이다.

배준호 대구 우리병원 원장(사진)은 “척추관협착증은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 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만약 증상이 악화돼 수술을 해야 될 경우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에게는 수술 전 신경성형술을 시행해주는 것이 좋다”며 “신경성형술은 기존 수술과는 달리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배준호 대구 우리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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