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열쇠는 생필품 물가 안정ㆍ여성고용 확대
“고용률 70% 달성의 키 포인트는 생필품 물가 안정과 여성 고용 확대입니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이 나온 4일 “고용률 70% 달성은 어려운 타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3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 참석차 서울에 온 그는 둘째 날 오전 세션이 끝난 뒤 짬을 내 본지와 인터뷰했다. 미국 출구 전략에 대해서는 “하반기엔 논의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자산가격 급락에 개별 금융회사들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명박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주요 20개국(G20) 기획조정단장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4일)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고용률 70%는 어려운 타깃이다. 기술 발전이 과거보다 고용을 어렵게 한다. 1970~80년대에는 사람이 직접 자동차와 배를 만들었다. 이제는 인도나 중국에 가도 기계가 다 한다. 옛날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깃을 정하는 건 중요하다.”
▷빌 공(空)자 공약이 될 것이란 얘기인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처럼 열심히 일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의 고도성장 비결은 다른 나라들이 오전 9시~오후 5시에 일할 때 우리 아버지들은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 고용이 어려워졌다. 이제 이 일자리를 나누면 된다.”
▷성공의 키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일자리를 나누면서 임금을 어떻게 하느냐가 키 포인트다. 일은 줄이면서 임금을 똑같이 하면 어떻게 되겠나. 제품 가격은 올라가고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나누면 임금도 나눠야 한다. 여기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시간당 임금이 줄어도 생계비는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실질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필품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 수입 자유화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직 농어촌 보호를 위해 농산물에 대한 무역장벽이 높다. 미시적으로 여성 고용을 늘려 1인당 소득은 줄어들지만 가계소득을 높이는 구조로 가야 한다. 우리는 가장 한 사람이 네 식구를 먹여 살린다. 홍콩, 동남아는 둘이 벌어 넷이 먹고 산다. 최근에는 자식이 30대가 돼도 취직을 못하니 임금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조기 출구 전략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 내 이견이 많아진 것은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 내에서는 2% 성장이면 정상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확신만 서면 서서히 출구 전략을 시작할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다시 100엔 아래로 떨어졌다.
“아베노믹스 성공 여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 아래로 다시 떨어진 건 그동안 엔저(低)가 급격히 진행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다. 엔저는 한 측면이고 아베노믹스가 성공할지가 더 중요하다.”
▷한국은 엔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환율 지상주의를 버려야 한다. 환율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생각은 과거 패러다임이다. 기업은 원고(高)에도 버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프레임 워크를 바꿔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목표는 3~4% 정도가 자연스럽다. 정부가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서정환/고은이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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