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조금 못받아…유아용품업체에도 '불똥'
예년 같으면 야외활동이 한창일 계절임에도 어린이집 및 유치원의 소풍과 현장학습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야생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야외 활동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감 확산, 야외학습 활동 취소
서울 목2동에 있는 사립 어린이집 원장 신모씨(43·여)는 4일 “야생 진드기로 인한 사망 사건이 보도된 뒤 보호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어머니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아 당분간 현장학습이나 소풍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장학습이란 수목원, 놀이동산, 공원, 문화유적지 등에서 영·유아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야외 수업으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참석 여부를 가린다.
서울 공덕동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김모씨(38·여)도 “학부모들이 꺼려해 당분간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가지 않기로 했다”며 “신종 인플루엔자 때처럼 전염병이 돌면 현장학습은 엄두도 못 낸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유치원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SFTS 바이러스는 아직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가 없어 부모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생후 1년2개월 된 여아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모씨(27)는 “어린이집에서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간다길래 학부모들 의견을 모아 취소시켰다”고 말했다.
◆수익원 줄어든 어린이집
현장학습이 취소되면서 어린이집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별활동비, 입학준비금 등 필요경비 중 현장학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다. 보건복지부의 ‘2012 필요경비 수납한도액’ 자료에 따르면 현장학습비 상한액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지만 1인당 연간 최고 24만원(서울 강남·강북·광진·서초·성동·송파·영등포구)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장학습비는 영유아보육법 38조에 따라 어린이집 소재지 관할 시·도지사가 정한 한도 내에서 어린이집운영위원회 또는 보호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상한액 한도 내에서 원장 재량으로 걷게 돼 있어 실제 경비보다 부풀려 현장학습비를 걷어도 상한액만 넘기지 않으면 단속할 근거가 없다.
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필요경비를 공시(e-childschoolinfo.mest.go.kr)하지만 어린이집은 서울시의 경우 국·공립 및 서울형 어린이집만 파악하고 있을 뿐 민간·가정 어린이집 필요경비는 관리·감독 사각지대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윤모씨(45·여)는 “일부 어린이집에서 현장학습비 등 필요경비를 실제보다 부풀려 부모들에게 공지한 뒤 부당이득을 얻는 사례가 있는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현장학습 기념품으로 종종 나눠주는 물병, 손수건, 양말 등을 제공하는 유아용품 업체도 현장학습이 취소되면서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유아 대상 순면 손수건을 제작하는 업체 사장 박모씨(35)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어머니들을 상대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인데 현장학습이 취소돼 홍보의 장이 없어진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SFTS 바이러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 산과 들판의 풀숲에 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거나 감염자의 혈액·체액을 통해 발병하는 바이러스. 발열, 식욕 저하, 구역질, 설사, 복통,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며 잠복기는 1~2주다.
김선주/김태호/강경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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