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기 후 한 달, 포스코와 남양유업의 명암 가른 것은…"

입력 2013-06-05 10:52  



[인터뷰] 송동현 스트래티지샐러드 부사장
"위기와 사과가 범람하는 시대, 한국 기업의 차별화된 대응법은…"

대한민국 상반기 키워드로는 단연 ‘갑을(甲乙) 관계’가 첫 번째로 꼽힌다. 시발점은 포스코 라면상무 사건. 이어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파문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온나라를 들썩였다. 지난 4월 말과 5월 초 사건이 연달아 불거진 뒤 한 달여가 지났다.

포스코는 논란이 다소 사그라졌다. 반면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등 아직도 언론과 시민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업체인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송동현 부사장(39)은 “사건 발생 후 위기대응 능력이 두 기업의 명암을 갈랐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기업들은 위기관리가 필수요소로 꼽혔지만 한국은 이제야 관심을 갖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특유의 상황에 맞는 위기대응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송 부사장을 만났다. 송 부사장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창립멤버로 2009년 4월 설립 이후 40여개 기업의 위기대응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유행처럼 번졌던 사과의 기술, 이젠 달라져야"

“2, 3년 전에는 사과의 기술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해외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머리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본받아 배우기 시작했죠. 사과는 위기관리의 절대 원칙으로 보였습니다. 국민들도 처음엔 진정성을 느꼈고요.”

송 부사장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위기 홍수(洪水)시대가 되니 사과도 트렌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사과는 으레 하는 통과의례로 인식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희석되면서 이제는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위기관리에서 정답은 없지만 상황 분석 결과 명백한 잘못일 경우에는 사과를 하는 시점이 빨라야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국민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했고 실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임원에 대한 보직해임도 이뤄졌고 정준양 회장이 직접 나서 임원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했죠. 반면 남양유업은 모면하기 급급한 사과를 한 뒤 실제 행동이 달라지니 이슈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송 부사장은 “포스코는 예측불가능했던 돌발위기였지만 남양유업은 과거에도 존재했던 문제점을 방치했다가 최근에야 드러난 위기란 차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 바빴단 변명은 통하지 않는 시대"

“어느 기업에나 잠재된 위기는 있다는 것”이 송 부사장의 생각이다.

“우스갯소리로 부부 사이의 바람은 들켰을 때에야 성립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기업의 위기도 드러나지만 않을 뿐 숨어있을 뿐이죠.”

또 “이제 먹고살기 바빴다는 말이 변명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먹고 사는 것만 되면 다른 것은 모두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기업에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하죠. 탄탄한 철학과 원칙은 위기상황에서 방패가 돼 줄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송 부사장은 기업 위기대응에 대한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이 위기관리를 한다는 것은 미리 시스템을 갖춰 글로벌기업으로의 위상을 세우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기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부터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카콜라, 로레알 등 글로벌기업은 탄탄한 위기대응 능력이 갖춰있다고 말했다.

그가 구축하는 기업 위기대응 능력은 한국 특성에 맞춰졌다.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깐깐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도 빠릅니다. 또 군대, 남녀차별 등 대중들이 특히 싫어하는 요소들도 있지요. 때문에 수사(修辭)적인 기법으로 모면만 하면 된다는 식의 위기대응은 피해야 합니다. 대신 기업이 철학과 원칙에 맞춰 대응해 올바른 영속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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