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업체들은 결국 '가격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인 제품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량 부진과 경쟁비용 증가로 인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한끼 대용 간편식 중 상대적으로 고가인 레토르트(가열한 살균 식품을 내열 플라스틱에 밀봉) 제품군(전년대비 19% 감소)에 비해 냉동조리식품의 소비(16% 증가)가 확 늘고 있다. 햄류(7% 감소) 대신 소시지(4.8% 증가) 소비도 눈에 띄게 비교된다.
조미료 스낵 소주 빵·케이크 아이스크림 등도 전년보다 모두 감소세다. 라면만 전년 소비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음식료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스낵과 비스킷 제품 등의 가격부터 줄줄이 뛰어오르고 있다.
오리온제과는 비스킷류 '다이제'의 가격을 지난 5월 1500원에서 2000원으로 30% 이상 올렸다. 지난해 5월 가격인상(1200원→1500원) 이후 1년 만에 다시 가격 조정에 나선 셈이다. '다이제초코'는 이보다 앞선 4월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뛰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올리면서 생산 원가가 비싸져 제품 가격도 조정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제품 내 통밀 함량과 그램 수를 늘리면서 실질적으로는 과자 1개 당 가격은 인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빙그레도 '꽃게랑' '쟈키쟈키' '베이컨칩' '야채타임' 등을 지난 3월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 가량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이 제품의 제조는 빙그레가 맡고 있지만 크라운제과가 유통 중이다. 가격인상은 유통 담당인 크라운제과가 결정했다는 것이 빙그레 측 설명이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유통마진과 납품단가가 맞지 않아 빙그레와 협의 후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라며 "빙그레에서 제조한 제과를 유통 대행하고 있는데 납품가가 낮다보니 유통마진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역시 향후 가격 인상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못박았다.
'국민 스낵' 새우깡은 지난해 초 900원에서 1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된 바 있다. 농심은 "당시 원자료값 인상이 주된 가격 인상 요인이었고 앞으로 새우깡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빼빼로' '꼬깔콘' 등을 만들고 있는 롯데제과와 '짱구'로 유명한 삼양식품의 경우 올들어 아직까지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들은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음식료업체는 국내외 원자재 가격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재료 구매 가격의 변동이 커질 경우 안정적인 제품 판매가 어렵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더욱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재료 값 부담도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료 소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심하게 악화되고 있고 대형마트 의무 휴업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음식료업계의 가격 인상 '역풍'이 지속될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노정동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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