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도어벨트 생산 세동 등 日퇴직기술자 고용 시너지
부산시 기장군 외곽에 있는 자동차 도어벨트 생산업체 세동은 도어벨트 소재인 열가소성탄성체(TPE)에 나일론 파일(털)을 심는 과정에서 생겼던 불량률을 불과 8개월 만에 평균 40% 이상 줄이는 데 최근 성공했다. 섭씨 600도에서 태우면 다이옥신이 나오는 폴리염화비닐(PVC) 소재와 달리 TPE는 고무와 PVC의 중간소재로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이 소재를 쓰고 있다.
지난 3일 이 회사 공장에서 만난 이세호 세동 기술상무는 “불량률뿐만 아니라 제품 라인 교체시간도 평균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 시간당 도어벨트 생산량이 평균 5% 이상 늘었다”며 흐뭇해했다.
세동이 이런 성과를 내는 데는 다나카 기요시 기술고문(60)의 도움이 컸다. 그는 세동과 30년 동안 기술제휴를 해온 동해흥업이라는 일본 자동차 도어벨트 전문회사에서 35년간 일했던 소재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8월 세동에 합류하자마자 먼저 나일론 파일 생산업체를 찾아가 국내 현황을 살펴보고 설비 설계를 처음 단계에서부터 재검토했다. 전압과 설비 사양을 조정한 끝에 지난 3월 불량률을 개선한 제품을 만들었다.
윤정상 세동 사장은 “전체 도어벨트 생산의 15%를 차지하는 TPE 소재 비중을 2017년에는 6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다나카 고문과 계약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퇴직기술자를 고용해 성과를 거두는 중소기업들은 부품과 소재 분야에 많다. 일본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퇴직기술자와 국내 중소기업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의 기술 도입이 본격화된 것은 2008년부터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이즈음 대거 은퇴한 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쪽에서 보면 고령자 일자리 대책이고, 한국에서는 숙련기술자를 비교적 저렴한 예산으로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부산시 동래구에 있는 제철 진단설비 제조업체 파워엠엔씨도 신일본제철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제강기술자인 이치카와 가오루 기술고문을 영입, 고속으로 장시간 회전하는 특수 슬립링을 만들었다. 제철소 압연공장에서 철판의 평판도를 재는 셰이프 메터라는 기계에 들어가는 특수 부품인 슬립링을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신일본제철에서 직접 설비개발을 주도한 이치카와 고문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전재영 파워엠엔씨 사장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봤던 특수 슬립링 개발기간이 이치카와 고문 덕분에 단축됐다”며 “현재 95% 완성도를 보이는 시제품을 이달 말께 포스코 압연공장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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