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금융지주 관치 논란] 한 달 전부터 수차례 퇴진 압박…李회장 버티자 노골적 개입

입력 2013-06-05 17:13   수정 2013-06-06 00:51

靑 인사팀·실세 정치인·금융당국 '합작품'

정권 핵심부의 판단?
대선때 文후보 지원 의심…물갈이 카드 꺼낸 듯

궁색해진 금융당국
이 회장과 직접 관련없는 검사 자료 뒤늦게 배포




금융감독원의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은 △청와대 △부산지역 실세 정치인 △금융당국(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3자의 합작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BS금융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퇴진 압박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회장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원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판단이 배경이라는 얘기가 많다.

금융계에서는 배경이야 어쨌든 정부가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너무 오래 했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방 온 사람에게 퇴진 요구

금융당국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이 회장 측에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보내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직접적인 퇴진 압박을 받은 것은 지난달 9일 오후였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최수현 금감원장, 최종구 수석부원장, 조영제 부원장 등 고위 임원들에게 인사를 왔다. 이때 만난 한 임원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때 명예롭게 물러나시는 게 좋다”며 퇴진을 권유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지금은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얼마 후 금감원은 다시 퇴진하라고 요구했고, 이 회장 측은 “경남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5월9일 이전에도 수차례 퇴진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이 회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 했으니 물러나라?

금감원 관계자는 “이 회장이 8년간 CEO로 일하다보니 여러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며 “BS금융지주에 후계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에 미뤄 연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래 한 것이 퇴진 압박의 이유라는 얘기다.

금감원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5일 오전 예정에도 없던 ‘BS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종합검사 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선 이전인 지난해 9월3~27일 실시한 검사 결과, ‘BS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의 겸직 승인 또는 사전 보고 없이 임직원을 겸직시켜 관련 직원을 제재 조치하도록 통보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 회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재단인 ‘BS금융그룹희망나눔재단’ 이사장을 겸임함에 따라 주요 의사 결정을 좌우하거나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 회장의 퇴진 이유가 될 만한 검사 결과는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내용은 전혀 아니다”며 “감독원이 왜 갑자기 자료를 배포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실시한 검사에서 이 회장의 업무추진비와 경비사용 내역까지 속속들이 파악했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금융사에 노골적 ‘관치’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인 이 회장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왔다는 정권 실세들의 판단에 따라 ‘물갈이’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검사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며 “다른 이유가 있으나, 밝힐 수 없다. 비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부산지역 정치권의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부산지역에서는 청와대 인사라인과 현지 정치인들이 이미 이 회장 교체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금융당국을 통해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계의 한 원로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 CEO에게 물러나라고 대놓고 요구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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