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지난번에 꽃 심으러 왔던 아저씨가 약속 지켰네"

입력 2013-06-05 17:17   수정 2013-06-06 01:03

박종우 사장, 상금으로 안양 보육원 컴퓨터실 바꿔줘

보육원 출신 2명 연구소 채용도




“야, 지난번 꽃 심으러 왔던 사장 아저씨가 약속을 지켰네.” 초등학교 5학년인 이유민 양은 5일 새로 꾸며진 컴퓨터실 ‘e지학당’에 들어서며 활짝 웃었다.

경기 안양시 비산1동 아동보육시설 평화의집. 교육원 2층 컴퓨터실엔 500GB(기가바이트)급 하드디스크 등 최고 사양을 갖춘 컴퓨터 12대가 새로 놓였다. 블루투스 프린터와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게 최첨단 빔프로젝터도 설치했다.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은 평화의집 어린이들이 환호하자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 사장은 작년 12월 대한전자공학회가 주관하고 해동과학문화재단이 후원한 해동기술상을 탔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던 1996년 세계 최초로 1Gb(기가비트) D램을 개발하며 ‘기가’ 시대를 연 공로를 인정받았다.

상금을 손에 쥔 박 사장은 ‘소중한 돈인 만큼 좋은 일에 쓰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 4월 그 고민이 풀렸다.

제일모직이 5년째 후원해온 평화의집에서 화단가꾸기 봉사를 하던 박 사장은 우연히 ‘컴퓨터가 낡아 아이들이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광진 평화의집 원장은 그날 “2010년 정부과천청사에서 쓰던 중고 PC를 기증받아 쓰고 있지만 워낙 오래된 컴퓨터라 정상 작동되는 게 몇 대 안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근처 PC방을 다니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얘기를 들은 박 사장은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바꿔주겠다”고 약속했고 이날 약속을 지켰다. 아예 책상과 의자도 새것으로 바꾸도록 했다. 박 사장은 아이들과 함께 새 컴퓨터실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게임도 했다. 어린이들은 스스럼없이 박 사장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평화의집 측은 앞으로 컴퓨터실에서 소프트웨어 교육도 하고 게임대회도 열 계획이다. 박 사장은 평화의집을 떠나며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열심히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세요.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약속할 수 있죠?” 제일모직은 최근 평화의집 출신 두 명을 연구소 직원으로 뽑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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