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마 탄센트 CEO, 해커로 불린 컴퓨터 천재 '중국형 메신저' 위챗 개발…시가총액 600억弗 기업 키웠다

입력 2013-06-06 15:13  

대학시절 알아주던 컴퓨터 실력
전산망 문제 생기면 직원들이 SOS…대학 동창과 SW 개발회사 창업

모방에서 기회를 찾아라
오프라인 친구에게 메시지 전송 등 기존 메신저 보완해 기회 잡아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싸이월드 같은 Q존 만들어 재기…검색·전자상거래까지 영토 확장




한국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중국엔 ‘위챗’이 있다. 전 세계 4억여명의 가입자가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개발한 회사는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다. 올해로 설립 15주년을 맞는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전자상거래, 검색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 지난해 439억위안(약 7조9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에는 시가총액 600억달러(약 65조원)로 페이스북을 넘어섰다. 현재 텐센트보다 시가총액이 큰 인터넷 회사는 구글과 아마존뿐이다.

이런 성공 뒤에는 텐센트를 세우고 키운 포니마(馬化騰) 대표가 있다. 그는 전 세계 9억명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만든 개발자로, 지난해 기준 개인자산 300억위안으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 50인’에 들었다. ‘중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기도 한다.

○‘해커’로 불리던 실력파 공학도

1971년 중국 랴오닝성의 차오양에서 태어난 포니마의 IT 실력은 대학시절부터 유명했다. 1993년 선전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의 별명은 ‘해커’였다. 학교 전산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 직원들이 그를 찾아 자문을 구했을 정도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통신회사인 선전룬쉰에 입사했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수입은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고, 회사는 새로운 도전에 인색했다. 그가 회사 주력 사업을 무선호출(삐삐)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비 5만위안(921만원)을 털어 전화기와 컴퓨터를 구입했다. 중국 초기 인터넷회사인 후이뚜어왕의 선전지사를 혼자 설립한 것이다. 한동안 그는 낮에는 선전룬쉰의 엔지니어로 살면서 밤에는 후이뚜어왕의 지사장으로 지내는 생활을 했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그를 회사가 좋게 볼리 없었다. 결국 그는 어느 한쪽의 회사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으로 창업을 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 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8년 11월, 대학동창인 장즈동과 함께 ‘텐센트 컴퓨터 시스템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 사업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계속되는 자금 압박에 모아놓은 돈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사무실 임대료, 월급, 각종 공과금들이 꼬리를 잇는 월말을 맞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동시에 첫 직장에서 배운 기술과 경험을 활용, 당장 돈을 벌기 위한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창조적 모방’으로 위기 극복

포니마는 모방에서 기회를 찾았다. 중국형 메신저 ‘텐센트QQ’를 개발한 것이다. 그가 개발한 것은 사실 기존에 있던 메신저 프로그램을 따라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단점을 보안하고 중국시장 상황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변경했다. 기존 메신저는 사용하던 컴퓨터가 아니면 저장됐던 친구정보가 모두 사라졌다. 오프라인 상태의 친구에겐 메시지를 남길 수도 없었다. 텐센트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가 아닌 서버에 고객정보를 저장하게 했다. 아이디만 알면 친구를 찾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중국어 메신저라는 장점이 있었다.

어렵게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금 압박으로 적절한 마케팅을 하지 못해 이용자 수는 늘지 않았다. 1999년 5월 텐센트의 한 직원이 대학 자유게시판에 광고를 하자는 의견을 냈다. 신문, TV 광고에 비해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포니마는 의견을 받아들이고 추진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인터넷 사용의 새로운 주역인 대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해 11월 텐센트QQ 이용자는 100만명을 넘겼다.

이용자가 늘면서 서버 확장 등 투자가 필요해졌다. 은행에서 문전박대를 받고 다른 회사 서버에 빌붙는 생활 속에 회사를 매각할 생각까지 했다. 회사 및 기술 설명서를 들고 투자자를 찾아다닌 끝에 글로벌 IT 뉴스제공 업체인 IDG와 홍콩 부동산그룹 회장 리자청으로부터 각각 11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쁨은 잠시였다. 2001년 나스닥 폭락과 함께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포니마는 다시 한번 위기에 빠졌다.

포니마를 위기에서 구해준 것은 한국의 싸이월드였다. 안정적인 유료사업 모델을 찾던 그는 한국에서 유행하던 싸이월드와 비슷한 ‘Q존’을 열었다. 중점을 둔 것은 ‘아바타’. 싸이월드처럼 나체에 가까운 아바타를 제공하고 옷과 장신구를 유료로 팔기 시작했다. 그는 2002년에만 순이익 1억4400만위안을 거뒀다. 이후 벨소리 유료서비스,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재기에 성공했다. 텐센트는 2004년 홍콩 증권시장에 상장한데 이어 2011년 매출 285억위안, 순이익 90억위안을 기록했다.

포니마는 텐센트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차별적 모방이 중요하다”며 “텐센트가 모방을 통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모방을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개의 기업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렸다면, 텐센트는 사자를 그렸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넘어 세계로

포니마는 성급하게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평가한 뒤 잘 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는 집중해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했다.

게임부문이 특히 그랬다. 2002년 게임산업에 진출하자 회사 내에서는 자체 게임을 개발할 것인지, 해외 게임을 들여올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기술력으론 게임을 개발하기에 충분했지만, 그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해외 유명 게임 퍼블리싱을 택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던전 앤 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 등 해외 유수의 게임들을 중국에 퍼블리싱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인터넷 게임업계 1위로 성장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퍼블리싱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게임회사에 대한 투자와 인수에 적극 나섰다. 게임 개발과 성장을 도와 여기서 개발한 게임을 다시 중국 시장에 퍼블리싱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성공한 게임만을 가져가 판매하던 방식에서 변화한 것이다. 게임, 메신저 등으로 회사를 키운 포니마는 ‘쏘쏘’라는 검색서비스로 바이두의 자리를 노리는 한편, ‘파이파이왕’이라는 서비스로 알리바바가 강자로 자리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등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한국의 게임업체에 투자하던 데서 동남아, 미국 등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1년에는 미국 게임회사에 16억위안을 투자했다. 지난 3월에는 위챗의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영어와 한국어 등 15개 언어를 지원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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