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경기 아직 싸늘한데…포스코, 세계 최대 광양 1고로 재가동

입력 2013-06-06 17:04   수정 2013-06-07 03:06

포스코, 세계 최고 용량의 광양 제1 고로 재가동

기존 3800㎥서 6000㎥로 中 사강 5800㎥급 앞질러
국내 조강생산 급증…"치킨게임 지속땐 공멸"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좀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포스코가 7일 연간 생산능력을 300만가량 확충한 광양 제1고로 가동에 들어간다. 당초 예정보다 공기를 1주일가량 앞당겨 개보수 공사를 마친 것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생산량을 확대하면 수급 불균형이 깨져 업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 있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고 용량 고로

포스코에 따르면 이날 정준양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양 제1고로에 불을 넣는 ‘화입식’을 연다. 광양 제1고로는 지난 2월부터 약 4개월간 내화벽돌을 교체하고 용광로 용적을 넓히는 전면 개수(改修) 공사를 마쳤다. 회사 측은 혁신공법을 총동원한 개수 공사를 통해 고로의 용적량을 기존 3800㎥에서 6000㎥ 규모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단일 고로로는 세계 1위 규모다. 기존 세계 1위는 중국 사강그룹이 보유한 5800㎥급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용적 5000㎥ 이상의 대형 고로는 21개다.

여기에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용적당 조강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단일 고로를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563만의 쇳물을 뽑아낼 수 있다. 포스코는 용광로 내에서 쇳물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증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폐가스 회수장치 등을 도입한 친환경 고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커지는 공급과잉 우려

하지만 업계에선 쇳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조강생산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800만t 규모에서 작년 6900만t으로 3년 새 2000만t 넘게 늘어났다. 현대제철이 새로 철광석을 녹여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갖추고 전기로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등 설비 확대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광양 1고로 개수 공사로 현재도 연산 능력 2700만 수준인 포스코의 국내 조강생산량 규모는 내년 6월께 3000만t을 넘어설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주요 철강 수요산업인 건설업과 조선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포스코가 ‘증산’에 돌입하면 전반적인 철강제품의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전기로 업체들은 전기료 논란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포스코의 투자는 경쟁사를 고사시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내화벽돌 교체 주기가 도래해 개보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용적을 키운 이유에 대해선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보수 과정에서 단일 고로의 용적을 키우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로 업체들은 현대제철이 오는 9월 연간 400만의 쇳물을 만드는 당진 제3고로를 완공하면 출혈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진 3고로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의 연산 능력은 2400만 규모로 커진다. 이 밖에 포스코는 올 12월께 연간 200만을 생산하는 파이넥스 3호기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엄진석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철강재의 국제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회사들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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