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관치 부활이냐"
박근혜정부 들어 퇴직 후 금융계 요직에 잇달아 진출하는 모피아가 늘고 있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Ministry of Finance·MOF)의 관료세력을 마피아에 빗대 만들어진 말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정치가 없으면 내치(內治)가 판을 친다”고 했다. 그 해법으로 ‘내치’ 자리에 모피아를 보내서 ‘관치’로 다시 회귀하는 모양새다. 이명박정부 초기 금융위원장(전광우)과 부위원장(이창용)을 민간에서 뽑으며 적극적으로 모피아 배제 전략을 썼던 것과 대조적이다.
○KB·농협 수장직, 모피아가 접수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모피아 2명이 잇따라 내정됐다. KB지주에는 행시 20회 출신인 임영록 KB지주 사장이, 농협금융 회장에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행시 24회)이 자리를 잡게 됐다.
이에 대한 금융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KB지주 회장 자리는 원래 민간의 몫이었다. 모피아가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회장을 할 수 있다”며 임영록 내정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만한 발언을 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직전까지 행시 14회인 신동규 씨가 맡았지만, 이번에는 농협 내부에서 나오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막판에 이를 뒤집어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인 임 전 실장을 내정한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원래는 지난 3일 13명의 후보를 4~5명으로 추릴 계획이었는데 후보군에 없던 임 내정자가 갑자기 부상하는 바람에 후보군 분석을 다시 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밤 민간인을 포함한 농협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한참 회의를 하고 있던 시간에 모피아들 사이엔 ‘임종룡으로 결정됐다’는 얘기가 퍼졌다.
○“나갈 자리 부족하다” 한탄도
앞서 지난 4일에는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행시 26회인 김익주 씨가 임명됐다. 또 여신금융협회장에도 행시 23회인 김근수 씨가 선임됐다. 이 자리에는 당초 모피아가 아닌 다른 공공기관 임원이 거론됐으나 “(낙하산으로) 나가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른 기관에 자리를 줄 수 없다”는 모피아의 논리에 밀렸다.
모피아들의 득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사장은 행시 14회로 재정경제부 국제심판원장, 세제실장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자리에도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거론된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나가야 하는 1급 공무원은 많고 ‘그럴 듯한’ 자리가 부족해 예전보다는 격이 떨어지는 곳에도 가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상명하복’ 익숙…민간 위축 우려
모피아의 금융계 진출을 비판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대부분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정치권이나 여론의 뜻을 살펴 일을 추진하는 정무적인 감각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매끄럽게 잘 처리하는 데는 ‘선수들’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모피아가 금융계로 세력을 확장할수록 ‘관치’에 대한 우려도 커지기 마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피아들이 퇴임 후 낙하산을 당연히 여기는 데는 자신들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선민의식도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의사 결정에 익숙하고 시장이나 민간의 논리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한국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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