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으면 쓰지 말고,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마라…내 삶과 경영 노하우는 모두 軍에서 배웠다"

입력 2013-06-06 17:13   수정 2013-06-07 04:47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열정락서'강연
초등 2학년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
나의 유일한 한국 내 인맥은 공군



“남들은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고 하지만 저는 군대생활을 통해 세상을 사는 법과 기업경영의 원칙을 배웠습니다.”

지난 4일 충북 청원군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삼성 ‘열정락(樂)서’ 토크콘서트 강연자로 나선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사진)은 공군장교 출신답게 거수경례로 생도들과 인사를 나눴다. 최 사장은 1982년 임관해 1985년 중위로 예편했다. 생도들도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한국인 최초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 경영진, 삼성전자·삼성SDI·삼성카드 사장. 최 사장의 이력이다.

최 사장은 늘 자신의 성공은 공군 복무 시절의 경험 덕이라고 말한다. “공군장교를 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한 나의 유일한 한국 내 인맥은 공군 인맥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 사장이 공군 복무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공군에서 깨달은 몇 가지 사실이 그의 경영 원칙이 되고 있어서다.

우선 그는 ‘믿지 않으면 쓰지 말라’는 원칙을 배웠다고 했다. 첫 보직은 성남비행장 소대장이었다. 그가 맡은 소대는 부대 내에서도 가장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 사병’들이 모여 있었다.

최 사장은 당시 개인 용무로 부대 밖 외출을 요구하는 말년 병장들을 ‘남자 대 남자’의 약속이라며 외출을 내보냈고 자신들을 믿어주는 소대장에게 감복한 사병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가 맡은 소대는 이후 부대에서 가장 군기가 잡힌 소대로 변모했다고 했다. 최 사장은 “내가 기업경영을 하며 맡았던 사업들은 모두 생소한 분야였다”며 “군에서 배운대로 직원들을 믿고 그들의 자율에 맡겼더니 성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두 번째 경영의 원칙으로 ‘안 되는 이유를 대지 말라’를 꼽았다. 그러면서 행정계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부대회식을 위해 얼음도 없고 냉장고도 없는 여름에 차가운 소주를 만들었던 경험을 소개했다. “항공기 탑재용 액체산소를 이용해 소주를 얼렸다”며 “기업 경영에서도 경영자가 먼저 되는 방법을 찾으면 안 되는 이유를 대던 사람들도 경영자의 의견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1985년 7월 전역한 그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자 G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재 찾기에 나선 것. 기업들은 한국인이면서 외국에서 10년 이상 공부하고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을 원했다. 공군장교 출신이라는 조건도 붙어 있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한국인은 최 사장이 유일했다.

GE에 입사한 최 사장은 불과 37세에 GE의 항공기 부문 담당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됐고 이후 GE 에너지서비스의 영업총괄사장, GE그룹 사장 등 12년간 GE의 최고경영직을 역임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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