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연주는 마음이 들어있어야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잘생기지 못한 외모에 수줍은 성격으로 성공을 거둔 자신의 희가극이 끝나 관중이 이름을 부르며 환호할 때도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던 슈베르트. 어린 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었지만 음악가로서의 길을 번번이 가로막아 좌절의 아픔을 남겨준 아버지. 온화한 미소로 여린 감성을 따스하게 감싸주었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 끝내 쓰린 가슴만 간직하게 했던 어머니. 사랑했지만 가정을 꾸릴 형편이 되지 못해 3년을 기다리다 다른 곳으로 시집가야 했던 테레즈. 무엇 하나 그를 편안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언제나 다정한 몇몇 친구들이 떠나지 않았다. 시를 쓰는 친구, 그림을 그리는 친구,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과 같이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교외에 나가 그가 작곡한 노래를 같이 부르기도 하였다. 물론 그들은 모두 무명의 아마추어 예술가였다. 나중엔 ‘슈베르티아데’로 모여 음악을 듣고 예술의 운명을 논하고, 기지 넘치는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교감을 나누었다.
학생들은 신비한 교감의 실체들이다. 연구실 앞에서 레슨 순서를 기다리던 한 학생은 동전 한 닢을 받고 똑같은 풍선을 불어주면 즐거워 돌아가게 하는 외국의 풍선 할아버지 앞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했지만, 그는 아직 어려서 내가 불어주는 풍선의 모양과 색채가 모두 다르고 그것이 그들과 나누는 교감의 빛깔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음악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스승과 제자 간의 비밀스런 교감, 그 신비스런 체험이 스승을 스승되게 하는 기쁨인 것을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의 선생님께선 콩쿠르에 나가는 나를 보내실 때마다 말없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셨다. 처음엔 겨우 손만 내밀 뿐이었는데, 차츰 손바닥에 전해지는 선생님의 뜨거운 숨결이 또 하나의 교감이 되어 나를 상기시키곤 했다. 나도 그렇게 내 정성을 전하고 있다.
밤을 새우는 연습과 긴장감만으로 아름다운 연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열고 진실한 교감을 나누는 여유로움이 사람을 윤기 있게 만들고 음악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펼쳐 나간다.
무대 뒤에 잘 차려입은 연주자가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것은 청중과의 진솔한 교감이다. 나의 마음과 그들의 마음이 활짝 열려 내가 준비한 온갖 이야기, 이야기 속에 묻어 있는 땀방울과 숨결까지 마음껏 주고받은 깊은 교감의 연주를 끝냈을 때 나 역시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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