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화살

입력 2013-06-06 17:22   수정 2013-06-07 04:59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인류 최초의 발명품은 돌칼과 돌도끼였다. 이후 돌에 막대기를 끼운 창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 활용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창의 영역을 넘어서는 사냥과 전투는 화살이 나온 뒤에야 가능했다. 2만여년 전이었다.

화살은 나무로 만든 목전(木箭)부터 의전용 예전(禮箭), 짧고 날카로운 편전(片箭), 버드나무잎처럼 생긴 유엽전(柳葉箭)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애기살로 불리는 편전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살이다. 길이가 다른 화살의 절반이어서 활에 걸 수 없어 반으로 쪼갠 대나무 통에 넣어서 쏘았는데 사거리가 보통 화살의 두 배인 500m에 달했다. 속도는 일반 화살의 초속 59.8m보다 훨씬 빠른 71.8m로, 현대 양궁의 66m보다 날쌨다.

효시(嚆矢)는 소리를 내는 화살이다. 화살촉 부위에 뚫린 구멍이 공기 저항을 받아 특이한 음향을 내는데, 지휘관들이 공격 개시를 알리는 신호용으로 사용했다. 사물의 시초, 최초의 선례를 뜻하는 단어 ‘효시’가 여기에서 나왔다. 과녁의 한가운데를 뜻하는 정곡(正鵠)도 화살에서 비롯된 단어다.

화살은 총이 나오기까지 가장 광범위하게 쓰인 무기였다. 그래서 화살은 위대하고 강한 이미지로 쓰였고 이를 소재로 한 상징 스토리도 많다.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론과 사랑신 에로스(큐피드)의 무기가 화살이었고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름도 ‘붉은 화살’이다.

중석몰시(中石沒矢·화살이 돌에 박힐 정도로 집중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란 사자성어도 그렇다. 중국 한(漢) 무제 때 명장 이광이 사냥하러 갔다가 엎드린 호랑이를 보고 활을 쏘아 명중시켰다. 그런데 가까이 가 봤더니 화살이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에 박혀 있었다.

18세기 로스차일드 가문을 일군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는 죽기 전 다섯 아들을 모아놓고 화살을 하나씩 꺾어보라고 한 뒤 각각의 화살은 쉽게 꺾이지만 다섯 개의 화살은 꺾이지 않는다며 우애와 협력을 당부했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300년 전인 전국시대에 모리 모토나리가 세 아들에게 했다는 ‘세 개의 화살’ 얘기가 전승돼 온다. 아베 총리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언한 ‘세 개의 화살’도 이를 인용한 것이다.

일본이 ‘경제살리기 화살’을 연거푸 쏘는 동안 우리는 정치적인 ‘경제민주화 화살’만 쏘고 있어 안타깝다. 가계나 국가경제나 회생 처방을 쓸 때는 방향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화살표는 가장 명료한 방향표시다.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걸 알면서 어정쩡하게 끌려가면 더 문제다. 잘못 쏜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게다가 시간은 쏜살같이 빠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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