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데…" 증권업계 스톡론 딜레마

입력 2013-06-06 17:38   수정 2013-06-07 03:49

스톡론 잔액 사상 최고치…금감원 "규제 방안 검토"
증권사 "불황 속 수익원인데…" 삼성·아이엠증권은 중단

<stock loan·주식 매입자금 대출>




‘대출받아 주식 사면 영화 관람권을 드려요.’

금융 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스톡론(stock loan·주식 매입자금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매매금액과 횟수를 늘릴수록 증권사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톡론은 증권사가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 제2 금융권과 연계해 투자자에게 신용대출을 내주는 서비스다.

◆증권사 “불황 속 수익원인데….”

금융감독원이 작년 5월 각 증권사에 ‘스톡론 축소’를 권고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삼성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등 2~3개 업체만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스톡론이 투자자에게 과도한 위험을 지울 수 있어 다음달부터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며 “H스탁론 등 이용자들은 이달 말까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증권사는 스톡론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 짭짤한 수익원이 되고 있어서다. 대신증권은 스톡론을 처음 이용하거나 대출 한도를 늘리는 사람에게 취급수수료를 낮춰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만기 연장 땐 연장수수료(0.5%)도 한시 면제해준다. 다만 6개월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금리를 연 5.9%에서 7.5%로 높여 적용한다.

KB투자증권은 일본계인 오릭스캐피탈과 제휴해 최대 3억원까지 빌려주는 새 스톡론을 내놨다. KB증권 투자자는 이 대출로 약 1500종목의 주식을 살 수 있다. 일부 금융 중개업체는 상품권과 영화 관람권을 경품으로 내걸고 주식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톡론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하나대투증권 측은 “고객 선택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며 “스톡론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 회사의 스톡론 잔액은 현재 51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0% 이상 늘었다.

◆주가 떨어지면 손실

증권사들이 ‘돈 빌려주기’ 경쟁을 벌이면서 스톡론 잔액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스톡론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1조332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2.3% 늘어났다.

일반 신용융자로 거래할 수 없는 테마주에도 특별한 규제 없이 투자할 수 있는데다 원금의 300%(최대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게 주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스톡론의 담보유지 비율이 115%에 불과해 신용융자(140%)에 비해 반대매매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설명한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했다가 만기 안에 못 갚으면 해당 주식에 대해 강제 매도 주문을 내는 절차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은 작년 말 1차 조치에도 대다수 증권사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스톡론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담보유지 비율 강화 등 스톡론 규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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