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로 3개월 만에 첫 200만 돌파
엄정화 김상경이 주연한 영화 ‘몽타주’가 6일까지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올 들어 한국 영화가 200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2월 개봉한 ‘신세계’ 이후 처음이다. 900만명에 달한 ‘아이언맨3’ 등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한국 영화 점유율은 지난달 30%로 떨어졌다.
‘몽타주’는 15년 전 유괴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동일한 수법의 사건이 발생하자 딸, 손녀, 자신의 인생을 잃은 세 명의 피해자가 진범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각본을 쓰고 연출한 정근섭 감독(42·사진)이 충무로에 나온 지 16년 만에 데뷔한 작품이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무엇보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게 기쁩니다. 총제작비는 약 50억원, 손익분기점은 180만명이거든요. 하지만 작품의 질은 개인적인 기대에는 미흡해요. 예산과 기간이 너무 빠듯해 제 상상을 완전히 구현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인터넷에는 잘 짜인 각본과 배우들의 호연을 칭찬하는 글이 쏟아진다.
“한국 관객들은 역시 권선징악을 좋아해요. 미궁에 빠진 사건의 범인을 붙잡아 심판하는 데 통쾌함을 느끼나 봐요.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의 심정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많고요. 이 두 가지 요인이 흥행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정화가 열연한 하경처럼 자녀를 둔 3040 여성 관객의 예매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엄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에 가족이 함께 즐기는 스릴러가 됐다는 의미다. 영화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아픔을 선명하게 부각하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드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그려낸다.
“관객의 80%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에요. 하지만 10% 정도의 영화광들은 ‘지나치게 친절하다’고 비판적이에요. 영화를 거의 보지 않다가 이 영화를 접한 사람은 너무 어렵다고 말하고요. 처음부터 타깃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결국 상업영화답게 눈높이를 낮춰 정보를 충분히 주기로 했어요.”
피해자와 수사관이 진범을 궁지로 몰아넣는 하이라이트 장면의 현실성에 대해 물었다.
“형사들에게 영화 속 상황을 물어보니까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답하더군요. 만약 형사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도 극 중 인물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정 감독은 4년 전 유아 납치살해 사건으로 ‘공소시효 폐지’ 논란이 일어났을 때 이 작품 시나리오를 썼다. 원래부터 코엔 형제 감독의 스릴러를 좋아했다. 덕분에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관객들에게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던져주며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는 1996년 초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직후 EBS의 방송프로그램 연출부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충무로로 옮겼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까’(1998년 개봉)가 첫 연출부 작품이다. 이후 3년간 조감독 생활을 하다가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데뷔하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투자를 약속받아 촬영에 들어가려는 찰라, 제작사가 부도가 났어요. 제작자가 한눈을 팔다가 회사가 망가진 거지요. 투자배급사가 조직개편을 하면서 투자 약속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기다리는 시간이 참 힘들었습니다.”
‘몽타주’는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투자를 받기까지 1년6개월 걸렸다. CJ와 롯데 등 대형 투자사들을 3~4개월씩 기다리다 거절당한 뒤 소형배급사인 NEW로부터 간신히 투자를 받았다. NEW는 2주 만에 수정할 부분을 명확히 던져주면서 수락했다.
“그동안 내색하지 않고 응원해준 집사람에게 고맙습니다. 집사람은 일본계 체인식당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며 살림을 꾸렸어요. 저는 뒤늦게 감독이 됐으니 힘들어도 해내야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러 (어디론가) 떠날 계획입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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