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리저브'100만명 거래
리버티리저브는 LR이라는 화폐단위를 쓰며 1LR은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실물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나 감독당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용자들은 그렇게 약속했다. 이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전혀 가치가 없지만 미국에서 20만명, 세계에서 100만명은 이 같은 규칙을 근거로 리버티리저브를 거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중국 모로코 스페인까지 세계 4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는 돈을 리버티리저브로 바꿔 상대방의 계정으로 보내면 상대방은 리버티리저브를 다시 실제 통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송금은 리버티리저브 공식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며 수수료는 1%다. 환전은 각국에 있는 리버티리저브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며 환전 과정에서 거래대금의 1~2% 정도를 수수료로 뗀다.
가상화폐의 장점은 거래의 비밀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계정을 만들 때 이름과 주소, 출생일 등을 입력해야 하지만 허위로 입력해도 확인할 길이 없다. 실제로 리버티리저브에는 ‘러시아 해커’ 등의 이름으로 등록된 계좌도 존재한다. 때문에 세금 부과 우려가 없는 것은 물론 신변 노출에 대한 부담 없이 검은돈이나 범죄 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범죄 이용 우려
리버티리저브는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거래되는 가상화폐 중 하나다. 국내에서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해 본 결과 인터넷 카페를 포함해 4곳의 사이트에서 리버티리저브를 달러나 원화와 교환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의 에스크로 서비스(물품 대금을 맡아뒀다가 소유권 이전이 확인되면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까지 이용해 거래하고 있다.
한국 사용자들은 주로 인터넷으로 해외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하기 위해 리버티리저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버티리저브 환전 비용으로 구매 대금의 1~2%만 부담하면 돼 6%에 이르는 환전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일반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보다 싸기 때문이다.
미국 기반의 가상화폐 환전 사이트 관계자는 “최근에는 또 다른 가상화폐 페이팔보다 리버티리저브 거래가 훨씬 활성화됐다”며 “송금 수수료가 페이팔보다 싼 것도 장점”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해커에게 의뢰해 국내 사이트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하면서 대금을 리버티리저브로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가상화폐는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거래에 악용되기 쉽다. 지난달 28일 미국 검찰 조사로 코스타리카에 있는 리버티리저브 공식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한국 사이트들도 현재 이용이 중단됐다.
#가상화폐 규제 도입하는 미국
가상화폐가 범죄에 사용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미국에서 가상화폐 유통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1일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주정부 금융당국이 허가제 시행 등 가상화폐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정부들의 관리감독 강화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주정부들의 이번 규제안은 연방정부의 돈세탁 방지를 위한 가상화폐 대책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처벌기구(FinCEN)는 지난 3월 돈세탁 방지를 위한 가상화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가상화폐 유통업자들에게 금융법인 등록을 권고하고 있다. 다니엘 우드 텍사스 금융부 법률고문 보좌관은 “가상화폐는 확실히 우리의 규제 영역에 있으며 이 산업이 허가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회사들은 “이번 조치가 가상화폐의 법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이용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규제들이 가상화폐 고유의 이점을 빼앗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또 다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신용카드보다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싸 기존의 결제수단보다 유리하다. 비트코인 사용자들을 변호하고 있는 캐럴 반 클리프 변호사는 “정부가 강제적인 규제책을 사용한다면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락하는 등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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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사태 때 대안화폐로 떠오른 '비트코인'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일련번호가 화폐로 쓰이고 있다. 지난 3월 키프로스 사태 때 대안화폐로 떠오른 비트코인 얘기다.
비트코인은 정부가 발행한 지폐나 동전처럼 물리적인 형태가 없고 암호화된 일련번호 자체가 화폐의 역할을 한다.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일대일로 거래되기 때문에 정부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이 신개념 화폐는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만들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화폐가치를 아무도 보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햄버거부터 주택, 마약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품과 서비스의 결제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1비트코인당 0.05달러였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키프로스 사태 이후 23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금도 여전히 높은 1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금융완화 정책이 만들어낸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대안화폐인 비트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생성되며 발행량이 점점 줄어 최종적으로 2100만개까지만 발행된다. 현재까지 발행된 비트코인은 1100만개 정도로 총액은 10억달러(약 1조1230억원)에 달한다. 2100만개가 되면 더 이상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에 의한 화폐가치 하락 위험이 없다. 다만 비트코인은 소수점 8자리까지 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0.001비트코인 등으로 분할해 거래할 수 있다.
사실상 통화량이 중앙은행 등 통제기구가 아닌 시장의 수요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화폐가치 상승으로 거품 논란도 일고 있지만 최근 헤지펀드까지 비트코인 매입에 가담하는 등 비트코인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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