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이르면 10일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가량 이어진 금융당국의 퇴진 압박에 결국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부산지역 162개 시민단체들은 “금융감독원의 지방은행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직 위해 조기 퇴진 결심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7일 “이 회장이 거취에 대한 결정을 이미 한 것으로 들었다”며 “10일께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도 주변 지인들에게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지만 10일께 거취를 표명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금융당국의 퇴진 요구가 공식화됐을 때만 해도 “경남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뒤 물러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동안 BS금융의 최대 현안인 경남은행 인수 준비를 진두지휘해온 만큼, 이를 마무리하고 떠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밀어붙이기식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 회장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손을 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더 버틸 경우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결국 조직과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직과 직원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며 퇴진 의사를 에둘러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중도 퇴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금융당국의 관치(官治)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질 전망이다. BS금융은 정부가 소유한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이 회장의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를 이유로 퇴진을 종용한 것은 지나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부산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
금감원은 이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는 ‘정당한 감독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없는 금융회사에 대한 무리한 인사 개입’이라는 비판에 대해 “BS금융 주주들의 납입 자본금은 전체 자산의 2%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9월 종합검사에서 이 회장의 장기 집권에 따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퇴진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나는 데도 성급하게 퇴진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모범규준에 따르면 BS금융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이 이미 가동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외에선 감독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CEO를 바꾸는 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번 퇴진 압박 역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 지역사회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와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등 162개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10일 금감원의 지방은행 탄압 및 BS금융 회장 사퇴 강요를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의장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해 지방은행의 수장에게 강압적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행태를 계속한다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류시훈/부산=김태현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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