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국민석유 1000억 증자 제동 왜?

입력 2013-06-09 16:56   수정 2013-06-10 01:28

"투자자 보호 미흡" 정정을…이달 유증, 내달로 연기
사측, 경영난 등 위험 추가…"ℓ당 200원 인하 힘들수도"



기름값을 ℓ당 200원 낮추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국민석유가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으나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명령을 내려 일정이 늦춰졌다.

금감원은 국민석유의 사업구조와 자금조달 방안이 모두 이례적이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국민석유가 소비자 권익을 추구하는 독특한 기업인 만큼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투자자 보호 미흡”

9일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석유는 이달 7~17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유상증자 청약 일정을 7월3~12일로 연기했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가 투자자 보호에 미흡하다며 투자위험 사업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정정 명령을 내리면서 일정을 늦췄다. 국민석유 관계자는 “당초 6월 말부터 휘발유·경유 등을 수입해 판매할 생각이었는데 증권신고서 심사가 늦어지면서 8월 중순께 소비자에게 석유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석유는 소비자에게 ‘착한 석유’를 공급하겠다며 지난 3월 주식회사로 출범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다. 자본금 11억원인 이 회사는 국민주 방식으로 석유제품 수입자금 1000억원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주당 5000원(액면가)에 발행하는 신주 2000만주를 인수할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지난달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국민석유에 지난달 말 한 차례 정정 명령을 내리고 재심사하고 있다.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석유는 지난해 출범을 예고했을 때도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줄 만한 내용이 신고서에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석유, 위험요소 추가

국민석유는 정정 명령에 따라 증권신고서를 보완 제출하면서 위험요인을 추가했다. 신고서에 “정부가 저렴한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했던 알뜰주유소가 실패했듯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인수 주관사 없이 직접 공모함에 따라 기업 실사가 없었고 신고서도 완전하지 못하다”며 “투자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4대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10% 이상 하락한다면 ℓ당 200원 싸게 공급하는 목표가 실현되지 못하고 50~100원 인하에 그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업계에선 휘발유값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국민석유의 가격 인하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1993.76원까지 올랐던 주유소 휘발유값은 5월 말 1896.43원으로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국민석유 관계자는 “현재 3만여명의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일반공모 참여 의사를 밝혀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사업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석유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공모하는 게 아니라 자금 공모 후에 사업을 시작하는 이례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정정신고서를 꼼꼼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심은지/조진형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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