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의병 기개와 칠연폭포의 비경…너그러운 산이 품고 있었네

입력 2013-06-09 17:00   수정 2013-06-09 21:45

일본군 기습에 스러진 의병대 잠든 칠연의총
'7개 폭포·연못' 칠연폭포
무주의 밤 하늘 수놓는 반딧불이와 별빛도 장관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을 모두 품고 있는 덕유산은 이름만큼이나 넉넉한 성품을 지녔다.
산자락은 넓고 평평하며 기품이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에 쫓겨 산속으로 숨어든 백성들을 짙은 안개를 뿜어 보호해줬던 은혜로운 산이기도 했다. 덕유산은 대한제국 때 일본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의 은신처였다. 역사의 굽이마다 민중을 품어주었던 너그러운 산은 아름다운 계곡과 시원한 물줄기를 품고 사람들을 부른다.

○역사 느끼게 하는 덕유산 의병길

덕유산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계곡을 하나 건너면 넓은 터에 칠연의총이 남아 있다. “의병은 민군이다. 나라가 위급할 때 즉시 의로써 일어나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종군하여 싸우는 사람이다. 의병은 우리 민족의 국수(國粹)다.” 상하이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이 ‘한국통사’에 남긴 말처럼 의병은 일본에 항거하기 위해 일어선 순수하고 자발적인 군대다. 칠연의총에 잠든 의병들 역시 나라를 위해 스스로 일어선 백성들이다.

칠연의총에서 의병장 신명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신명선은 대한제국의 핵심 부대였던 시위대 출신이다. 1907년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이 체결된 후 군대가 해산되자 동지를 규합해 의병을 이끌었다. 덕유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들 의병은 진안과 장수, 거창과 함양, 충북 옥천을 오가며 광범위한 활동을 펼쳤다. 신명선의 의병대는 진안과 임실, 순창에서 일본군과 교전했으며 문태서 의병대와 함께 진안 거창 함양에서 숱한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1908년 4월 장수의 주재소를 습격하고 돌아오다가 칠연계곡에서 전열을 가다듬던 중 일본군 토벌대의 기습을 받아 신명선과 휘하 의병 150여명이 전사하고 말았다. 그 후 살아남은 의병 중 한 명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유해를 수습, 송정골에 안치한 것이 지금의 칠연의총이다.

○계곡과 연못…칠연폭포의 비경

칠연의총에서 나와 20여분 오르면 칠연폭포와 동엽령으로 가는 삼거리에 이른다. 동엽령으로 가기 전 칠연폭포는 꼭 들러볼 일이다.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면 10분도 안 돼 칠연폭포를 만난다. 칠연폭포는 암반 사이로 계곡 물줄기가 흐르면 7개 폭포와 그 아래로 7개 연못을 이룬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울창한 숲과 계곡의 폭포, 연못이 어우러지며 비경을 뽐낸다. 인적이 드물고 폭포의 맨 윗부분에서 길이 끝나기 때문에 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물소리만 요란하다.

동엽령에 가려면 칠연폭포 삼거리로 다시 나와야 한다. 동엽령은 예부터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산이 넘나들던 고개로, 동업이재라고도 부른다. 안성면은 우시장으로 유명했는데, 소를 몰고 동엽령을 넘어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의병들도 일본군의 눈을 피해 서로 소식을 전하느라 이 고개를 넘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오붓한 숲길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을 따라 좁은 길을 구불구불 지나기도 하고, 둥글게 휜 소나무 두 그루가 만든 문을 지나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가기도 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며 두 시간쯤 지나면 동엽령 정상에 이른다.

○반딧불이와 별빛의 낭만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곡은 흔히 구천동이라 불린다. 1경 나제통문에서 33경 덕유산 향적봉까지 구절양장처럼 흐르는 물줄기가 빚어낸 수많은 절경을 품고 있다. 덕유산에는 칠연의총 외에도 백련사 탐방로와 나제통문에 의병들의 흔적이 있어 날로 짙어가는 녹음과 그 속에 깃든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겠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백련사 탐방로는 가파른 구간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시원한 계곡 물줄기를 옆에 두고 구천동의 비경까지 덤으로 눈에 담을 수 있다. 탐방지원센터 우측으로 구천동 자연 탐방로와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에 이어 금포탄까지 이어진 덕유산 옛길을 걸어보자. 흙길 사이로 울창한 숲과 구천동계곡이 이어져 종전 탐방로와 사뭇 다르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약 1.3㎞ 떨어진 지점에는 ‘덕유산 호랑이’로 군림한 대한제국 문태서 의병장 순국비가 있으니 잊지 말고 찾아보자. 삼공탐방지원센터를 나오면 수경대부터 나제통문까지 구천동 33경 중 14경의 풍광이 37번 국도와 나란히 이어진다. 1경 나제통문과 계곡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덕유정 주변에는 무주 출신 의병장 강무경 동상과 홍일점 의병 양방매 부부 사적비가 있다. 부부 의병의 일대기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6월은 반딧불이의 계절이다. 반딧불이는 짝짓기를 위해 불을 밝히는데, 그 아름다운 빛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무주 일원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됐고, 해마다 6월이면 무주반딧불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를 테마로 한 반디랜드는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환경테마공원으로 구성돼 있고 청소년수련원이나 통나무집, 캠핑장을 갖춰 청정 자연에서 반딧불이의 불빛과 별빛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여행팁

당일 여행 코스로는 덕유산 의병길을 거쳐 무주머루와인동굴(063-322-4720)과 안국사를 보고 트리스쿨 목공 체험을 하는 것이 좋다. 승용차로 덕유산에 가려면 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나들목을 나와 죽천교차로에서 우회전한 후 덕산 방면에서 좌회전, 용추사거리에서 칠연계곡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huyang.go.kr)에서 묵으면 경제적이고 주변 풍광도 뛰어나지만 성수기에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방을 구하기 어렵다. 무주네버랜드(063-322-8338)와 무주덕유산리조트(063-322-9000)가 깔끔하고 시설도 좋다. 산채비빔밥은 천지가든(063-322-3456), 해물갈비짬뽕과 머루탕수육은 천마루(063-322-0433)가 잘한다. 백련사나 지전마을 전상산사고지 등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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