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감에 들어간 조리학과 학생에서 연 매출 250억 원 프랜차이즈 대표로
패스트푸드 아닌 수제 피자로 동네 주부들 입 맛 사로잡아
1997년 말. IMF 구제금융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구조조정에 직장을 잃은 40, 50대 가장들이 수두룩했다. 언론에선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학들을 조명했다. 직장이 보장된 학과들의 인기는 치솟았다.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36·사진) 역시 IMF라는 생각지도 못한 시대 상황에서 인생의 길이 열렸다.
"당시 실직한 사람들이 많았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조리학과, 안경광학 등 졸업만 하면 바로 직장과 연계할 수 있는 학과들이 인기였어요. 그전까지 조리학과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언론에서 유망하다고 소개되니 관심이 갔던 거죠. 그렇게 처음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경력을 쌓아 갔지만 화려함 뒤에 감춰진 고된 노동에 이 대표는 요리사라는 길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가 대학 은사의 소개로 우연히 들어간 회사에서 그동안 등한시 했던 피자라는 요리를 재발견하게 됐다.
"피자는 패스트푸드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호텔에서 일할 땐 쳐다도 안봤습니다. 조리학과 출신으로 프라이팬에 면발을 볶는 모습이 더 그럴듯해 보였으니까요.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피자에 입히는 도우, 소스, 향신료 등을 접했고 발효 음식 만드는 재미를 알게 된 거죠. 때마침 동생이 미스터피자에서 일하고 있던 터라 둘이 수제 피자집을 열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대표는 전세자금을 뺀 2500만 원으로 목동에 6평짜리 매장을 냈다. 그러나 장사는 쉽지 않았다. 오픈 뒤 3개월까지 하루에 10판을 채 팔지 못해 가게를 접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쓰던 전단 대신 두 형제의 사진이 들어간 새 전단을 만들었다. 가게 운영은 미숙했지만 맛에서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 포인트를 '정직'으로 잡았다. 효과가 있었다. 목동에 거주하는 주부들의 입소문은 무서웠다. 인근 방송국까지 소문이 퍼졌다.
"'결정 맛 대 맛'이란 프로그램에 우연히 출연하게 됐습니다. 담당PD의 아내가 저희 피자를 맛본 것이 계기가 됐던 거죠. 하루에 10판 정도를 팔았는데 방송 후 300판이 넘는 주문량이 밀려들었어요. 이후에도 방송 문의가 줄을 이었죠. 고작 6평짜리 가게에서 사장이 직접 전단을 뿌리는 형편이었지만 맛에서 만큼은 준비가 됐었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가 만드는 피자 맛의 핵심은 도우에 있다. 도우란 피자의 기본이 되는 반죽을 말한다. 보통의 피자는 빠른 숙성을 위해 효소제를 넣지만 이 대표는 천연효모를 사용해 72시간 이상 저숙성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도우에 사용하는 흑미도 천연재료를 사용해 효율성 대신 수제 피자만의 유기농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피클과 소스까지 일일이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수제 피자만의 '느림의 철학'에 공감하는 가맹점주를 조금씩 확보해 가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전략이다.
이 대표는 창업한 지 3년 만인 2008년 가게를 10평으로 확장하고 처음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엔 전수 창업으로 기술만 알려주다가 2년 전 본격적으로 가맹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운영 중인 가맹점 수는 70개. 15개는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매장 수를 100개까지 확장한 뒤 3년 안에 피자 빅4 브랜드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IMF 위기에 우연히 조리업계로 발을 들여 놓은 평범한 청년에서 연 매출 250억 원대의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현장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저도 굉장히 소심한 편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엇이든 직접 해보고자 했습니다. 당시 전 재산이었던 전세금 2500만 원을 투자해서 가게를 열었던 게 시작이었죠. 이론만 봐선 몰라요. 현장을 알아야 10년이고 20년이고 두고두고 써먹는 거죠. 지금 시작해보세요. 결국 10년 뒤엔 달라진 자기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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